文대통령 '북한 NLL 인정' 발언도 도마
합참, '북한군 경비계선 강조' 비공개 보고
박한기 합참의장 "北 NLL 존재 인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12일 용산 합동참모본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참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인정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합참이 비공개로 북한군이 7월부터 서해 경비계선을 강조하고 있다고 국방위에 보고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북한은 여전히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9일 남북이 체결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평화수역을 북방한계선 일대에 조성한다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북측이 NLL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NLL 인정과 관련한 논란은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이 "7월부터 북한이 NLL을 인정하지 않고 북한이 주장하는 서해 해상(경비)계선을 강조하고 있다"며 합참의 비공개 보고내용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백 의원은 "북한이 NLL을 무시하고 해상(경비)계선을 강조하기 시작한 7월에는 남북 간 군사합의를 위한 남북 장성급회담이 열리고 실무접촉을 하던 무렵"이라며 "이 기간 북한이 공세적으로 NLL을 불인정했다"고 밝혔다.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도 '7월 이후 남북장성급회담 등이 열린 이후 북한이 NLL을 무시하는 공세적 활동을 한 것이 맞느냐'는 백 의원의 질의에 "통신상으로 그런 사항에 대한 활동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군 당국은 함정 간 교신망을 통해 북한의 내부 통신내용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1999년부터 주장하기 시작한 서해 경비계선은 NLL로부터 상당히 남쪽으로 내려와 있고 백령도와 연평도를 포함한 서북도서는 남측 영역으로 둬 굴곡이 매우 심하게 설정돼 있다.
2007년 10월 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서해 평화수역 조성을 논의할 때 남측은 NLL 기준 등면적으로 평화수역을 조성하자고 주장했지만, 북측은 자신들이 설정한 '서해 경비계선'과 NLL 사이의 수역으로 지정하자고 맞섰다.
그러나 북한이 경비계선을 강조하고 있다는 합참의 비공개 보고는 문 대통령이 이날 박한기 합참의장으로부터 보직신고를 받으면서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은 서해 평화수역과 관련 "그런 구상이 사실 전두환 정부 시절부터 오랫동안 추진됐지만, 북한이 NLL이라는 선을 인정하지 않다 보니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던 것인데 북한이 판문점부터 이번까지 정상회담에서 일관되게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9·19 군사합의서'에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수역을 조성한다는 표현이 명시된 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군사합의서엔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북측은 (남북 군사회담에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경비계선을 인정하고 준수해달라고 했다고 회의록에 나와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NLL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9·19 군사합의서에 (평화수역 조성은) 북방한계선 일대라고 북한이 서명했다"며 "북한이 (군사회담 당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NLL 용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단해서 수용한 과정을 확인해달라"고 합참에 요구했다.
7월부터 북한군이 경비계선을 강조한 것은 NLL 관련 군부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고, 북한 정권 차원에선 NLL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남북 군사회담에 참여한 안상민 합동참모본부 해상작전과장(해군 대령)은 '북한이 NLL을 인정한 것이냐'는 백 의원의 질의에 "북한이 단언컨대 인정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박한기 합참의장도 '북한이 NLL을 인정했다고 봐야 하느냐'는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의 질의에 "북방한계선의 존재를 인정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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