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오르는 개성공단 사람들…"그리움·절박함 느꼈죠"

입력 2018-10-13 06:00  

무대 오르는 개성공단 사람들…"그리움·절박함 느꼈죠"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난 10여 년 간 남북한이 가장 많이 접촉한 장소가 개성공단이잖아요. 지금은 텅 비어버린 개성공단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2016년 개성공단 전면 폐쇄로 하루아침에 생이별하게 된 남·북한 사람들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2014년 제5회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 이경성 연출은 신작 '러브 스토리'에서 2005년 입주 시작부터 2016년 전면 폐쇄 때까지 개성공단에서 삶의 일부를 공유한 남북한 사람들의 인간사를 풀어낸다.
이를 위해 이경성 연출은 개성공단 사업을 추진한 공무원, 남북출입국사무소 관계자, 10년 넘게 개성공단에서 근무한 법인장 등 8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 연출은 1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에게서 공통으로 느낀 것은 그리움과 아쉬움, 꼭 재개돼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고 말했다.
"이분들이 전한 이야기의 내용도 흥미롭지만, 그분들의 태도와 에너지 역시 무척 흥미로웠어요. 자신의 삶에서 전성기를, 온 힘을 다해서 일한 장소가 이분들에게는 개성공단이었던 거죠."
개성공단 가동 초기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노동을 대하는 남북한 사람의 인식에 큰 차이가 있었다고. 특히 북측 근로자에게는 임금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북한 근로자들은 다른 곳에 일손이 부족해도 자기 일이 아니면 하지 않으려고 했대요. 본인에게 할당된 일만 하는 데 익숙한 거죠. 남측 사람들도 일방적으로 지시해서 반발을 사기도 하고…. 서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라 초반에는 조금 트러블이 있었더라고요."



이 연출은 전작 '워킹 홀리데이' 때부터 분단이라는 상황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는 한국 사회의 모순이 분단체제에서 비롯됐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됐다.
"세월호 사건이나 여러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의 근원을 따져 올라가다 보니 결국 분단체제를 피해갈 수 없게 되더라고요."
가장 아쉬운 부분은 북한의 개성공단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 대신 이 연출은 남한 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를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개성공단에서 일어났을 법한 스토리를 풀어내는 중이다.
"그간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그곳에 있었을 법하지만, 조금은 예외적인 인물을 창조할 생각이에요. 인물을 재현하기보다는 구축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떠오르는 '러브 스토리'라는 제목을 붙인 까닭은 남북한 사람들의 관계 맺기 역시 애정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남북관계가 진전하면서 북한과 접촉할 일이 더 많아지겠죠. 언젠가 같이 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붙어있으니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잖아요. 서로를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그것이 예술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러브 스토리'는 11월 6일부터 2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공연하며, 티켓 가격은 3만 원이다. ☎ 02-708-5001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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