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공동 개최 어려울 듯…北이 필요한 사업 위주 협력"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2019년 전국체전 서울-평양 공동 개최, 경평축구 부활 등 남북 체육 교류를 집중적으로 타진하던 서울시가 수질·산림 분야 협력으로 방향 추를 전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지난달 18∼20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후다.
서울시는 대동강 수질 개선, 산림 복구처럼 북한이 필요한 분야이면서도 대북제재 하에서도 협력이 가능한 교류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평양에 다녀온 직후인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대동강 수질이 어렵다'고 언급하더라"며 "서울시는 이미 한강을 정비했고 상하수도 관리 경험이 축적돼 있기 때문에 이 문제 대해 협력하자는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동강 수질 걱정'을 계기로 서울시는 우후죽순으로 대북교류 사업을 만들지 말고,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을 위주로 하자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체육행사를 잔뜩 계획했다가 북한 측이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경우 헛구호만 늘어놓은 꼴이 될 수 있다.
김창현 서울시 남북협력담당관은 "이전에는 포괄적인 교류협력 사업을 제안해왔으나 앞으로는 남북 간 합의가 됐으며, 북한 측이 필요로 하고, 서울시가 도와줄 수 있는 분야 교류를 모색할 것"이라며 "대북제재 하에서 지원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 담당관은 "수질 개선 사업의 경우 인도적 지원으로 보느냐, 경제 협력으로 보느냐에 따라 대북제재 대상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런 경우 대북제재 해제에 대비한 현지 조사나 사전 협력 체계를 구축해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 분야 협력은 9·19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사항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그간 여러 차례 언급했던 2019년 전국체전 서울-평양 공동 개최 카드를 사실상 접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출장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국체전 서울-평양 공동 개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남한 17개 시·도에다가 이북5도청까지 참여하는 상황에서 평양의 참여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북한 시범 경기단이 오거나 전국체전 사전 경기로 경평전을 하는 정도 이외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 대신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를 잘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2032년 올림픽 개최 의사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서울과 평양이 함께하는 것은 그야말로 필승 카드"라며 "올림픽 정신에 가장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내년 예산을 짜며 남북협력기금을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통일부를 대북창구로 삼아 대북교류를 위한 지자체 차원의 접촉도 추진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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