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는 알고 있나'…카슈끄지 살해 의혹 스모킹건 주목

입력 2018-10-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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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는 알고 있나'…카슈끄지 살해 의혹 스모킹건 주목
"터키 당국, 카슈끄지의 애플워치가 전송한 살해 녹음파일 확보"
터키 정보당국의 사우디 총영사관 감청 의혹도 제기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의혹과 관련, 그가 차고 있던 애플워치가 진실을 규명할 '스모킹 건'(사건의 결정적 증거)으로 부상했다.
13일(현지시간) 터키 언론들에 따르면 이 애플워치가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미궁에 빠진 내부 상황을 외부로 '전송'했고 그 덕분에 터키 당국이 파일을 확보할 수 있었다.
터키 정부와 밀접한 현지 일간 사바흐의 보도에 따르면 실종 사건이 일어난 2일 카슈끄지는 이 시계를 찬 채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갔다. 이 애플워치에 연동된 아이폰은 약혼녀에게 맡겼다. 총영사관에는 휴대전화를 갖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바흐는 13일자에 "카슈끄지는 그의 죽음을 애플워치로 녹음했을 수 있다"며 "그랬다면 그가 총영사관에 들어갈 때 애플워치의 녹음 기능을 켜 놓은 바람에 안에서 벌어진 상황이 녹음됐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의 신문, 고문, 살해 과정이 애플워치에 녹음됐고, 그 파일이 아이클라우드와 밖에 있던 약혼녀가 대신 보관한 아이폰과 동기화됐다"며 "뒤늦게 이를 알아챈 사우디 암살팀이 죽은 그의 지문을 이용해 애플워치의 파일을 지웠지만 이미 동기화된 뒤였다"고 전했다.
터키 당국은 그의 약혼녀가 대신 보관한 이 아이폰을 통해 동기화된 이런 음성 파일을 확보했다고 이 신문은 추정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터키 정부가 미국 측에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는 사실을 증명할 음성, 동영상 파일을 확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첩보 영화 같은 줄거리의 이런 보도가 나오자 반론이 잇따랐다.
총영사관 안의 애플워치가 인터넷에 연결됐겠느냐는 것이다.
그의 애플워치가 아이폰이나 아이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전송하려면 총영사관의 와이파이와 연결되거나 셀룰러 데이터 통신 기능이 지원돼야 한다.
대부분 외교 공관이 보안상으로 취약한 와이파이를 운용하지 않는 데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애플워치가 총영사관 내 와이파이와 연결됐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는 애플워치를 찬 그를 찍은 올해 5월 사진과 함께 "그가 차고 다닌 3세대 애플워치는 터키에서 셀룰러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애플워치가 아이폰에 연동되려면 같은 블루투스나 같은 와이파이망을 통해야 한다.
블루투스의 연결 범위가 10m 정도인 탓에 건물 밖의 아이폰에 연동됐을 가능성이 작고 이 아이폰이 총영사관 내부의 와이파이에 접속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애플워치는 연동된 아이폰에 주인의 심장 박동과 같은 건강과 관련된 생체 정보를 보내기 때문에 그의 심장 박동이 총영사관에서 멈췄다는 데이터가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 주장 역시 두 기기가 인터넷이나 블루투스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무효다.
또 사바흐는 사우디 암살팀이 죽은 그의 지문으로 애플워치에 접근했다고 보도했으나, 애플워치는 지문 인식기능이 없다.
알아라비야는 "또다른 가짜 뉴스가 나왔다"며 애플워치의 '증거 전송'을 부인했다.
이런 이유로 터키 정보당국이 사우디의 총영사관을 도청해 온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터키 당국이 카슈끄지가 살해된 과정이 생생하게 녹음된 음성파일을 확보한 게 사실이고 애플워치가 외부로 파일을 전송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남은 한 가지 가능성이 도·감청이기 때문이다.
터키의 타국 외교 공관에 대한 도·감청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번 실종 사건은 터키와 사우디의 또 다른 외교적 충돌로 비화할 수 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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