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일각서 제재론 압박 속 "우리 기업들 일자리에 타격 주고 싶지 않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의혹과 관련, 사우디아라비아가 배후에 있다면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對) 사우디 무기판매 중단 문제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미 의회 일각 등에서는 무기 수출 중단을 비롯, 사우디에 대한 제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터키에 장기 구금됐다 풀려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에 대한 백악관 환영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사우디에 대한 군사장비 판매를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것은 "진짜 우리 스스로를 벌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그 이유로 들면서 미국이 사우디에 대해 무기판매를 하지 않는다면 그 '막대한 돈'이 러시아나 중국 등 다른 나라들로 흘러들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매우 매우 강력한 다른 조치들이 있다"고 했으나 '다른 조치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어 "(사우디의 군사장비) 구매량이 우리의 기업들에 어마어마한 주문"이라면서 사우디가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하지 않으면 러시아로부터 사들일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CBS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인터뷰 발췌본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말 끔찍하다"면서 "지금 이 순간 사우디는 어떠한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격렬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그들이 그랬을 수 있을까. 그렇다"며 "그것(사우디 배후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우 화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가혹한 처벌(severe punishment)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진행자가 경제적 제재 단행 가능성을 묻자 "어떤 제재냐에 따라 달려있다"면서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그들(사우디)은 군사장비를 주문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등 이 세계의 모든 이들이 그 주문을 따내기를 원했고, 우리가 따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기판매를 취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무얼 원하지 않는지 말하겠다"며 보잉,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등 주요 방산업체를 거론, "나는 일자리에 타격을 가하고 싶지 않다. 그러한 주문을 잃고 싶지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어 "처벌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1일 녹화됐으며 14일 저녁 방송된다.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과 정책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해온 카슈끄지는 터키인 약혼녀와 결혼하려고 이스탄불을 찾았다가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후 터키에서는 그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영사관에서 정보요원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우디 정부는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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