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기고로 촉구…"양심·도덕 가진 모든 이의 문제" 호소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에서 자국 총영사관에 간 후 실종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의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녀가 사우디 정부에 진상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의 터키인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사우디는 카슈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날은 이달 2일 이혼 확인서류를 수령하러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실종된 카슈끄지의 생일이었다. 젠기즈는 이스탄불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일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약혼자가 세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젠기즈는 카슈끄지가 미리 일러둔 대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측근인 야신 악타이 고문에게 연락했다.
젠기즈는 이날 미국 일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카슈끄지의 피살 가능성을 언급하며, 살인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젠기즈는 언론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카슈끄지는 이미 숨진 것이라면서, 그의 죽음은 "양심과 도덕의 잣대를 가진이라면 누구나에게 관련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미 카슈끄지를 잃었다면 규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그를 죽인 자들은 정치적 지위를 막론하고 책임을 지고 법대로 온전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젠기즈를 초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카슈끄지가 실종된 후 국내외 언론을 통해 그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로 터키에 파견된 '암살조'에 의해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터키 친정부 언론은 카슈끄지가 실종된 당일 사우디 요원 15명이 총영사관을 다녀갔다며 이들의 신상과 동선을 공개했다.
이후 미국 언론은 "터키 당국이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안에서 고문·살해된 상황이 담긴 오디오와 비디오를 확보했으며 이를 미국 관리들에게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떠났다면서 피살설을 부인했으나 사건 당일 카슈끄지가 영사관을 떠나는 영상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도 사우디 방문을 취소하는 등 사우디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이 고조하고 있다.
앞서 이 사건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도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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