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리아체 거주 난민들, 전원 이주시킬 것"…2주 전엔 시장 가택 연금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난민들의 사회 통합에 앞장서 국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아온 이탈리아 남부의 소도시가 강경한 난민 정책을 펼치는 포퓰리즘 정부가 들어선 이후 된서리를 맞고 있다.
14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성공적인 난민 통합 모델로 주목받아온 칼라브리아 주의 리아체에 거주하는 난민 전원을 이탈리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것을 명령했다.
당국은 리아체에 살고 있는 난민 약 200명을 이번 주부터 다른 난민 센터로 이동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 2일 도메니코 루카노(60) 리아체 시장을 불법 난민 지원 혐의로 체포해 가택 연금에 처한 뒤 약 2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리아체를 2002년부터 이끌어 오는 루카노 시장은 수백 명의 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여, 직업 훈련을 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이들을 지역 사회에 성공적으로 동화시켰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원주민들이 떠나 버려지다시피 한 마을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칭송을 받아왔다.
그는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미국 잡지 '포천'이 2016년 선정한 세계 50대 지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법 당국은 루카노 시장이 난민과 이탈리아 시민 사이의 가짜 결혼을 주선하고, 무자격 난민에게 체류증을 발급하는 등의 변칙적인 수법으로 불법 난민을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또한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 협동조합에 정당한 입찰 절차 없이 쓰레기 수거 계약권을 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리아체에 거주하는 난민들은 루카노 시장이 가택 연금에 처해지자 리아체 시내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그에게 연대를 표현하기도 했다.
좌파 성향의 루카노 시장을 겨냥한 우파 포퓰리즘 정부의 조치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반발을 낳고 있으나, 반(反)난민 정책에 편승해 껑충 뛴 지지율을 누리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는 이런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이다.
살비니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잘못을 한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난민을 위해 사용했다는 변명에도 불구하고, 공공 재원의 변칙적 사용을 묵과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루카노 시장은 정부가 지급한 난민 지원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명세서를 낱낱이 요구한 내무부의 결정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리아체 모델'을 어떻게 파괴할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은 우리를 파멸시키려 하고 있다"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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