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유럽연합(EU)이 전기 자동차 배터리 연구에 국고보조금을 허용하고,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공동으로 건립하는 기업들에도 거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EU의 자동차 산업이 아시아 배터리에 의존하다가 거대한 전기차 시장을 만드는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해 이런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를로스 고센 르노-닛산-미쓰비시의 최고경영자(CEO)는 파리 모터쇼에서 "자체 역량을 갖지 않고서는 자동차 산업이 번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이고 우리는 배터리 기술을 무조건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은 "배터리 기술을 완전히 익히지 않고서는 새 모델이나 질 높은 자동차를 개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현재 존재하거나 건립될 배터리 생산설비의 80%는 아시아에 있다. 중국이 69%를 혼자 점유하고 미국이 15%, EU가 4%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EU가 배터리 생산역량을 높이기 위해 작년에 도입한 프로젝트는 현재 다섯 갈래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개별 EU 기업은 일부 회원국 국경을 넘나드는 프로젝트와 연계되면 연구비의 100%를 지원받을 수 있다.
EU는 '호라이즌 2020' 연구기금에서도 2억 유로(약 2천621억원)를 배터리 프로젝트에 할당해놓았다.
시범설비를 건립하는 자금으로 8억 유로(약 1조486억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촉진하기 원하는 지역들은 220억 유로(약 28조8천363억원)에 달하는 지역기금에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의 EU 버전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유럽전략투자기금(EFSI), 유럽투자은행(EIB)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다.
세프코비치는 자동차 배터리 공급사슬에 현재 26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4개 그룹이 기가팩토리를 짓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배터리 제조업체인 사프트는 더 싸고 효율적인 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독일 전자·전기기업인 지멘스, 벨기에 화학기업 솔베이, 독일 기계제조업체 만츠와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사프트는 7년 뒤에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슬랭 레스키에르 사프트 CEO는 "EU의 배터리 동맹이 탄력을 받아 1년 뒤에는 궤도에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는 1억 유로짜리 시범라인과 연구설비를 지으려고 EIB로부터 5천250만 유로를 빌렸다. 노스볼트는 내년에 설비를 가동해 2023년까지 유럽 최대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으로 키운다는 포부다.
벨기에 금속화학기업인 유미코아는 2020년까지 EV 배터리에 들어갈 전지용 양극활물질을 생산하려고 폴란드에 새 공장을 세우고 있다.
독일 재무부는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기 위해 자국 배터리 업체인 바르타와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공조할 계획이라고 발표할 예정이다.
스위스 기업인 레클랑세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독일에서 만들고 있다. 레클랑세의 CEO인 아닐 스라바스타바는 EU가 전기버스 생산을 주도해 수요를 자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U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뒤처졌으나 총력을 기울이면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싱크탱크 브뤼헐의 연구원인 시모네 타글리아피에트라는 "EU 자동차업체들이 전기 자동차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오랫동안 보지 않다가 이제야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그래도 EU는 산업 혁신역량과 기술이 있는 까닭에 따라잡는 게 아직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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