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사립학교 '갑질'…교사에 마라톤·밤샘 사감업무 강요

입력 2018-10-16 09:49   수정 2018-10-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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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사립학교 '갑질'…교사에 마라톤·밤샘 사감업무 강요
교사들 "못 뛰면 사유서 제출, 철야근무 후 휴식도 못해" 불만



(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경북 구미의 한 사립 중·고교가 체육교사들에게 매년 하프마라톤을 뛰도록 강요해 교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또 남교사들에게 교대로 기숙사 사감을 맡기고 밤샘근무 이후 다음날에도 휴식을 보장하지 않아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16일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구미 A 중·고교는 2015년부터 체육교사 5명 전원(고교 4명, 중 1명)에게 해마다 하프마라톤(21㎞)을 뛰도록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유서를 제출한다.
더구나 3시간 이내 완주한 대회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고 3시간이 넘는 기록은 무효라고 한다.
50대 교사는 3시간 이내 완주하지 못해 해마다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고 학교 측은 이를 빌미로 명예퇴직까지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체육교사(56)는 "2015년 하프마라톤을 뛰다가 중간에 포기해 사유서를 냈다"며 "2016년에는 완주했지만 지난해에는 치과 치료 때문에 대회에 나가지 못해 또 사유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국어교사는 매년 시집·수필집을 내고, 영어교사는 번역책을 내야 하느냐"며 학교 측의 마라톤 완주 강요에 불만을 털어놨다.
재단이사장 아들인 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체육선생은 그 정도는 기본이다. 학생 체력을 관리하는데 스스로 체력 관리가 잘 돼 있어야 한다"며 "마라톤을 몇 년 해보니 가장 경제적인 데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또 기숙사 사감을 고교 남교사들에게 차례로 시키고 다음 날 정상수업을 하도록 해 불만을 사고 있다.
2014년부터 남교사 43명이 8∼10명씩 조를 나눠 한 학기씩 기숙사 사감을 맡아왔다. 사감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30분까지 근무한다.
기숙사 내 독서실 운영이 끝나는 새벽 2시부터 기상 시간인 6시 30분까지 잠을 잘 수는 있지만 비상벨이 울리거나 사소한 일이라도 나면 꼬박 밤을 새워야 한다.
여교사 10여명은 남학교 기숙사란 이유로 사감에서 제외됐다.
거의 밤을 새워 근무하지만 사감을 맡은 남교사들은 아침 7시 30분께 기숙사에서 나와 정상수업을 해야 한다. 사감을 한 날 오전에는 교사들이 수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사감은 밤새 12시간 가까이 근무하지만, 시간외수당은 시간당 약 1만원으로 8시간만 인정한다.
경북도교육청의 시간외수당 규정에 따라 하루 4시간만 인정해 4시간씩 이틀에 걸쳐 수당을 받고 있다.
교장은 "2014년 이전 외부 사감을 고용했는데 학생 관리 문제점이 드러나 교사가 직접 사감을 맡게 됐다"며 "교사들 수업시간 일정상 오전 휴식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 중등과 관계자는 "사립 교원은 교육 지위에 관한 한 국가공무원법을 적용받는다"며 "강제로 시키는 마라톤은 개선하도록 조치하고 공립학교처럼 비정규직 사감을 두도록 지도 감독하겠다"고 말했다.
park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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