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코 하원의장 사임 촉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영국 하원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들이 '신(神)처럼 군림하는' 의원들로부터 상시로 성적, 언어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한 외부보고서가 밝혔다.
16일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하원 내 성적 괴롭힘 실태를 조사한 로라 콕스 전 대법원 판사는 "자신들은 전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신과 같은 의원들이 있는 일자리에서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콕스 전 판사는 하원에서 일한 전·현직 직원 약 200명을 면담한 결과 이들이 거의 일상적으로 욕설과 업신여김을 당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포식자처럼' 행동했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여직원들의 어깨나 무릎에 오랫동안 불편하게 손을 올려놓거나, 키스하려 하거나 껴안으려는 등 잦은 부적절한 접촉을 가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여성 직원들은 또 그들이 요구받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성차별적인 비속어로 모욕을 당했으며 남성의원들은 그들이 집단으로 있을 때 유독 성적인 농담이나 제스처 등 천박한 행동을 보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여성들은 반복적으로 자신들의 성생활이나 사생활에 대해 거칠고 굴욕적인 질문을 받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콕스 전 판사는 괴롭힘을 가한 '해당 개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하원의 현직 고위 행정처'를 거론하면서 존 버코 하원의장과 데이비드 내츨러 사무총장을 직접 거명했다.
콕스 전 판사는 따라서 현 하원 지도부가 사태를 시정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나타내면서 버코 의장 등 과거 괴롭힘 주장들을 조사하기 위해 새로운 소청절차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버코 의장은 개인비서였던 케이크 엠스를 괴롭힌 혐의로 제소당했으며 엠스는 버코 의장으로부터 괴롭힘으로 현재 심각한 후유장해를 겪고 있다.
또 엠스의 전임자도 버코 의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으며 이 때문에 조기 퇴직했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하원 최고위 행정직으로 구성된 하원집행이사회는 보고서 공개에 앞서 '과거의 잘못'에 사과를 표명하고 "콕스 보고서로부터 교훈을 얻어 변화를 이룩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콕스 보고서가 공개된 후 케빈 배런 하원 윤리위원장은 의원들의 성적 괴롭힘 의혹이 '용인되고 은폐돼온' 책임을 물어 버코 의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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