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구르수용소' 비판에 "인도적 직업교육센터" 자화자찬

입력 2018-10-17 10:52  

중국 '위구르수용소' 비판에 "인도적 직업교육센터" 자화자찬
신장 주석, 신화통신과 인터뷰서 "다채로운 삶의 기회 제공"
NYT "중국의 관련 정책, '침묵'에서 '사과 않는 방어'로 전환"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당국이 서방 세계의 성토 대상으로 떠오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재교육 수용소'를 "인도적 직업교육센터"라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쉐커라이디 짜커얼 주석은 16일(현지시간) 발행된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구르족 이슬람교도 등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 수용소를 "인도적인 직업교육센터" "다채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직업교육센터" 등으로 자화자찬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 영국의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짜커얼 주석은 인터뷰에서 재교육 수용소를 "테러리즘에 대항하기 위한 인도주의적이고 합법적인 방패"라고 옹호했다.



그는 또 재교육 수용소를 통해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의 이슬람교도들에게 중국어 교육과정을 제공할 뿐 아니라 법을 준수하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봉제와 전자상거래, 이발과 미용 등 직업 기술을 받을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교육 수용소에 들어온 '교육생'들은 무료로 식사하며, 에어 컨디션을 갖춘 기숙시설에서 생활하며, 영화를 관람하고 컴퓨터실도 이용할 수 있다고 짜커얼 주석은 주장했다.
짜커얼 주석은 교육을 마친 '수료생'들이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고 삶을 보다 '다채롭게' 할 수 있도록 할 기회를 얻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장위구르자치구는 법에 따라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면서 "이것의 목적은 테러리즘과 종교적 극단주의가 뿌리내릴 환경과 토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또 신장위구르 자치구가 1990년대 이래로 테러리즘, 극단주의, 분리주의라는 '세 가지 악의 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짜커얼 주석은 수많은 위구르족과 이슬람교도들이 어떻게 수용소에 오게 됐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는 위구르족과 이슬람교도들이 자신들의 의지에 반하게 몇 개월, 또는 몇 년간 수용소에 수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중국 당국이 사실상 인정한 첫 사례라고 NYT는 지적했다.
2017년 재교육 수용소에 수용된 경험이 있는 위구르족 사업가인 오무르벡 에리는 NYT와의 전화통화에서 짜커얼 주석의 인터뷰 내용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수용자들이 재교육 수용소에서 야구를 하고, 영화도 관람하고 노래 경연대회에도 참가한다는 짜커얼 주석의 인터뷰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비웃은 뒤 자신은 수용소에서 며칠 동안 행군을 해야 했고, 애국적인 중국어 노래를 부르거나 중국의 법을 암기하도록 강요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교육 수용소가 테러리즘을 뿌리 뽑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수용소 안에 극단주의와 전혀 관계가 없는 변호사, 의사, 지식인, 심지어는 관리들까지 수용된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들은 재교육 수용소가 직업교육센터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감옥"이라고 강조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정부 책임자가 중국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교육 수용소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한 것은 중국 당국의 관련 정책이 '침묵'에서 '사과하지 않는 방어'로 바뀌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서방 세계에서 재교육 수용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처음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후에는 재교육 수용소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가혹 행위'나 '대량수용'에 대해선 부인했다.
중국은 지난 8월 인종차별철폐위에 대표단을 보내 소수 범죄자의 갱생을 돕는 시설이 있지만 "100만 명의 위구르족이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돼 있다는 주장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지난 9일 발효된 '신장위구르자치구 반(反)극단주의 법'을 통해 재교육 수용소를 설치·운용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이 법은 '지역 정부가 극단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해 직업훈련소와 같은 교육·교화 기관을 설치해 운영, 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주의 멜버른 라 트로브 대학의 중국 소수민족 전문가인 제임스 레이볼드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몇 년간의 부인 끝에 (재교육 수용소에 대한) 스토리를 전면으로 끄집어내기로 했다"면서 "공산당 지도부는 이제 자신들의 접근법을 '표준화하고 합법화'하기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의회 산하 초당파적 그룹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중국위원회)는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 규탄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제출했다.
입법안에는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재교육 수용소'를 즉각 폐지할 것을 요구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원회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최대 100만 명에 이르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 민족의 이슬람교도들이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됐거나 구금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 권위자인 독일 문화신학대학원의 아드리안 젠즈 교수는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된 경험이 있는 이슬람교도가 적게는 몇십만 명에서 많게는 100만 명 이상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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