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대학 젠더 연구 금지…"과학 아닌 이념"

입력 2018-10-17 19:04  

헝가리, 대학 젠더 연구 금지…"과학 아닌 이념"
동성애 비판적인 우파 정부 정책…대학은 "학문의 자유 훼손" 반발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헝가리 정부가 대학에서 젠더 연구를 금지하면서 학문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서명으로 이달 13일부터 효력을 띠게 된 교육법 시행령은 젠더 연구 관련 과목을 대학 석사학위 과정과 연구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과정에 등록한 학생들은 계속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대학이 젠더를 주제로 새 과정을 개설하는 것도 금지됐다.
부다페스트에 있는 중앙유럽대학(CEU)은 16일 성명을 내고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젠더 연구 금지는 헝가리 학계와 민주적 공공 정책을 위해서도 손실이다"라고 비판했다.



CEU는 오르반 총리의 정적인 헝가리계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대학이다.
헝가리에서 유일하게 미국식 경영대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젠더 연구 과목을 개설한 대학 두 곳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헝가리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대학의 독립성을 억누르고 보수우파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 집단들을 견제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의 난민 수용 정책을 거부하면서 유럽 기독교 문화의 수호자를 자처해왔다.
올 6월에는 친정부 성향의 잡지에서 헝가리 과학학회 일부 연구자들의 실명을 싣고 이들이 동성애자의 권리를 연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졸트 셰미엔 부총리는 "젠더 연구는 대학에서 배워야 하는 과목과 전혀 상관이 없다. 젠더 연구는 이념이지 과학이 아니다"라며 젠더 연구자를 채용하려는 수요도 없다고 말했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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