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광화문 집회 전후해 한때 영업중단 택시 늘기도
기사들 카카오 반감 확산…"카풀서비스는 대기업 욕심 채우기"
시민들은 카풀 서비스에 찬반 갈려…"선택지 늘어" vs "대기업 횡포"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전국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운행 중단에 나선 18일 출근길에 이어 퇴근길에도 우려했던 '택시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6시께 서울 여의도역 사거리 횡단보도에서는 택시를 기다리던 퇴근한 회사원들이 5분 이내에 빈 택시에 올라탔다. 예약 손님을 태우려고 서 있는 택시도 눈에 띄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장원석(35)씨는 "오늘 택시가 파업하는지도 몰랐다. 평소와 다른지 전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성동구로 향하는 김 모(52) 씨 역시 지나가던 빈 택시를 잡아타며 "출퇴근에 택시를 많이 이용하는 데 별다른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직장인들이 퇴근길에 나선 광화문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승객을 태운 택시가 1분에 4∼6대씩 교차로를 지났다.
오후 7시께 교대역에서 퇴근하던 심모(31)씨 역시 지나가던 빈 택시를 잡아타며 "약속 시각에 늦어 택시가 안 잡힐까 걱정했는데 바로 잡혔다"며 "집회가 끝난 오후에 대란이 예상된다고 들었는데 오히려 평소보다 빨리 잡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택시 운행중단은 오전 4시부터였지만 대부분 택시기사가 정상 영업에 나서며 출근길에도 큰 혼란은 없었다.
오전 5시께 신촌, 홍대 입구, 강동구 천호동 먹자골목 등 서울 시내 번화가 근처에서는 '빈차' 표시등을 켜고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강남대로 등 서울 시내 도로 곳곳에서도 손님을 태운 택시가 눈에 띄었다.
택시 기사들은 사납금을 벌어야 하는 등 '밥벌이' 문제로 영업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황 모(63) 씨는 "기사가 하루 쉬면 손실이 얼만데 (운행중단을) 하겠나"라며 "법인택시의 경우 봉급의 절반이 수당인데 그 중 '성실수당'이란 게 있어서 날짜를 다 채워야 봉급이 나온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파업 못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인택시 기사 이 모(61) 씨는 "회사에서 파업이 불법영업행위라며 참가하지 말라고 해 집회에 못 갔다. 사실 노는 것보다 돈을 버는 게 낫다"라며 "개인택시는 하루 일당을 버리는 셈 치고 파업(운행 중단)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집회에 참석한 후 영업에 나선 택시기사도 있었다. 박 모(58) 씨는 "집회에 참석하고 오후 5시부터 영업을 하고 있다"며 "사납금이 15만원이라 입에 풀칠하고 산다"고 말했다.
다만 오후 2시에 시작된 광화문 집회를 전후해 영업중단에 합류한 택시들이 늘면서 일부 시민들은 택시를 잡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택시기사 6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택시업계는 추산했다.
오후 1시께 고속터미널역 택시 승차장에는 2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지어 택시를 기다렸다. 긴 줄을 보고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양 모(55) 씨는 "고속버스터미널 상가 꽃시장에 자주 오는데 이렇게까지 택시가 안 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20분가량 기다렸다"고 토로했다.
오후 5∼7시 강남, 역삼, 사당 등 번화가 인근 도로에는 '휴무' 표시등을 켜놓은 택시들도 간혹 있었다.
'카카오 카풀 반대' 택시파업…출근길 어땠나 / 연합뉴스 (Yonhapnews)
한편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는 카카오의 카풀사업 진출을 두고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카풀은 카카오의 욕심 채우기"라며 "카풀은 검증 없이 개인이 (운행)하는 것이라 안전 문제도 있고, 사고가 났을 때 처리도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도 출·퇴근 택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요새 출·퇴근 시간에 택시 못 잡아 출근 못 하는 사람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직장인 이승재(27) 씨는 "그동안 택시 요금이 조금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더 저렴하게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왔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윤재(29) 씨 역시 "시민들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이라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카풀을 '대기업의 횡포'로 보고 반대하거나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남 모(48) 씨는 "대기업보다는 택시기사들이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라며 "택시기사가 카카오를 이길 수 없다. 카카오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은 "카풀 서비스가 도입되면 편할 것 같긴 하다"면서도 "택시가 이미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서 카풀까지 생기면 택시기사들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출근길 '택시대란' 없었지만…카카오택시 안잡혀 발 동동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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