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재료연구소 '라만 센서' 개발…시료 정제 필요 없어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달걀 속 살충제 성분을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내놨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김신현 교수 연구팀과 재료연구소 김동호 박사 연구팀이 라만(Raman) 신호를 이용한 생체 시료 분자 검출 센서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생체 시료 분석법은 대형 장비를 이용한 전(前)처리 과정을 요구한다.
시료의 신속한 현장 분석이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라만 신호와 하이드로젤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한계를 극복했다.
분자가 레이저에 노출되면 '분자 지문'이라고 불리는 고유의 라만 신호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라만 신호 세기는 매우 낮아서, 실질적인 분자 감지에 직접 사용하기가 까다롭다.
연구팀은 금속 나노구조 표면에서 발생하는 표면 플라스몬 공명 현상이 강한 세기의 기장을 형성하는 점을 이용해 라만 신호를 현저히 증가시켰다.
이를 '표면증강 라만 산란 현상'이라고 부른다.
다만, 이렇게 커진 라만 신호를 곧바로 생체 시료에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생체 시료에 존재하는 다양한 크기의 단백질이 분석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시료 정제 과정 없이 분자를 직접 검출하기 위한 묘책으로 연구팀은 하이드로젤에 주목했다.
하이드로젤은 친수성(親水性) 나노 그물 구조를 이루고 있어서, 단백질처럼 크기가 큰 분자는 배제하고 작은 크기의 분자만 내부로 들인다.
하이드로젤이 전하를 띠는 경우 반대 전하를 띠고 있는 분자를 선택적으로 흡착시켜서 농축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런 원리를 센서 구현에 적용하고자 미세유체 기술을 활용했다.
전하를 띠는 하이드로젤 미세입자 내부에 금 나노입자 응집체를 캡슐화한 형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이드로젤 미세입자는 단백질로부터 금 나노입자 응집체를 보호하는 동시에 검출 표적 분자를 선택적으로 농축시킨다.
표적 분자의 라만 신호가 단백질 방해 없이 커져, 시료 전처리 과정 없이 빠르고 정확한 분자 검출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센서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살충제 성분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최근 국내외에서 문제가 된 달걀 속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Fipronil sulfone)도 시료 전처리 없이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신현 교수는 "새롭게 개발한 라만 센서는 혈액, 소변, 땀 등 인체 속 시료에 들어있는 약물이나 마약 성분 등도 직접 검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재 박사과정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스몰'(Small) 14일 자 내부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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