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2차대전때 독일군 아이 낳은 여성에 부당대우 사죄
나치 인종실험 대상…솔베르그 총리 "수치스러운 대우받은 희생자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노르웨이 정부가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들과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은 노르웨이 여성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독일군과 관계를 했거나 그랬을 것으로 의심되는 어린 노르웨이 소녀나 여성들은 수치스러운 대우를 받은 희생자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유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오늘, 정부의 이름으로 제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및 소수민족 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른바 '독일 소녀들'(German girls)로 이름붙여진 이들은 약 3만∼5만명에 이르고, 이들은 독일군과 관계를 맺어 1만∼1만2천명의 아이를 낳은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독일은 1940년 4월 병력 30만명을 이끌고 노르웨이를 침공,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아리안족을 양육하기 위한 계획으로 독일군과 노르웨이 여성이 관계를 맺어 태어난 아이를 입양시키는 인종 실험인 '레벤스보른'(생명의 샘)을 진행했다.
독일은 1941년 노르웨이에 처음으로 해외 레벤스보른센터를 설립해 이른바 '레벤스보른 아이들'을 양산했다.
당시 나치 친위대장 하인리히 히믈러는 '노르웨이 여신'이라고 표현하면서 친위대원들이 노르웨이 여성들과 관계를 맺을 것을 권유했다.
1945년 2차대전이 끝난 뒤 노르웨이 정부 당국은 '보복'이라는 명목으로 '독일 소녀들'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가 하면, 체포와 구금을 일삼고 직업이나 국적을 박탈하거나 추방하기도 했다.
'레벤스보른 아이들'도 전후 학대와 괴롭힘, 집단 구타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 아버지가 독일군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격리되기도 했다.
2차대전이 끝나고 70여년이 지난 현재 '독일 소녀들'중 생존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도 본인과 가족을 위한 경제적 보상은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망했다.
독일군 점령 당시 독일 여성과 결혼한 28명의 노르웨이 남성은 아무도 추방되거나 국적을 박탈당하지 않았다고 홀로코스트 및 소수민족연구센터는 밝혔다.
연구센터 관계자는 "독일 병사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은 여성들이 독일의 전쟁을 도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단지 불문율을 어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솔베르그 총리는 어떠한 국민도 법적인 심판 없이 처벌받을 수 없다는 근본적인 원칙을 노르웨이 당국이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덴마크 로스킬레대학의 아네트 워닝 교수는 덴마크에서도 2차대전 때 5만 명이 넘는 여성이 나치 병사와 관계를 맺었으나 강제 추방 사례는 없었고, 프랑스에도 전쟁이 끝난 뒤 그러한 여성들이 일반인들에게 박해를 받긴 했으나 정부 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는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hope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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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인종실험 대상…솔베르그 총리 "수치스러운 대우받은 희생자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노르웨이 정부가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들과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은 노르웨이 여성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독일군과 관계를 했거나 그랬을 것으로 의심되는 어린 노르웨이 소녀나 여성들은 수치스러운 대우를 받은 희생자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유엔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오늘, 정부의 이름으로 제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및 소수민족 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른바 '독일 소녀들'(German girls)로 이름붙여진 이들은 약 3만∼5만명에 이르고, 이들은 독일군과 관계를 맺어 1만∼1만2천명의 아이를 낳은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독일은 1940년 4월 병력 30만명을 이끌고 노르웨이를 침공,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아리안족을 양육하기 위한 계획으로 독일군과 노르웨이 여성이 관계를 맺어 태어난 아이를 입양시키는 인종 실험인 '레벤스보른'(생명의 샘)을 진행했다.
독일은 1941년 노르웨이에 처음으로 해외 레벤스보른센터를 설립해 이른바 '레벤스보른 아이들'을 양산했다.
당시 나치 친위대장 하인리히 히믈러는 '노르웨이 여신'이라고 표현하면서 친위대원들이 노르웨이 여성들과 관계를 맺을 것을 권유했다.
1945년 2차대전이 끝난 뒤 노르웨이 정부 당국은 '보복'이라는 명목으로 '독일 소녀들'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가 하면, 체포와 구금을 일삼고 직업이나 국적을 박탈하거나 추방하기도 했다.
'레벤스보른 아이들'도 전후 학대와 괴롭힘, 집단 구타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 아버지가 독일군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신병원에 강제 격리되기도 했다.
2차대전이 끝나고 70여년이 지난 현재 '독일 소녀들'중 생존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도 본인과 가족을 위한 경제적 보상은 보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망했다.
독일군 점령 당시 독일 여성과 결혼한 28명의 노르웨이 남성은 아무도 추방되거나 국적을 박탈당하지 않았다고 홀로코스트 및 소수민족연구센터는 밝혔다.
연구센터 관계자는 "독일 병사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은 여성들이 독일의 전쟁을 도왔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단지 불문율을 어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솔베르그 총리는 어떠한 국민도 법적인 심판 없이 처벌받을 수 없다는 근본적인 원칙을 노르웨이 당국이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덴마크 로스킬레대학의 아네트 워닝 교수는 덴마크에서도 2차대전 때 5만 명이 넘는 여성이 나치 병사와 관계를 맺었으나 강제 추방 사례는 없었고, 프랑스에도 전쟁이 끝난 뒤 그러한 여성들이 일반인들에게 박해를 받긴 했으나 정부 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는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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