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22일부터 '세조' 테마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2016년 11월 국내 경매에 순종 어진(御眞·임금 초상화)을 그린 화가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 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끈 회화는 '세조 어진 초본'. 하얀 종이에 먹으로 선만 그은 초본은 이당이 이왕직(李王職) 의뢰를 받은 뒤 조수 장운봉(1910∼1976)과 함께 1935년에 그렸는데, 1735년 제작한 또 다른 세조 어진을 보고 모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당은 초본 외에 채색본인 정본(正本)도 만들었으나, 한국전쟁 직후 소실돼 초본만 남았다. 초본 크기는 가로 131.8㎝, 세로 186.5㎝이다.
경매에 나온 초본 낙찰 기관은 국립고궁박물관. 박물관이 구매 2년 만에 세조 어진 초본을 일반에 처음 공개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세조 어진 초본과 함께 세조 관련 유물과 자료 30여 점을 선보이는 테마전 '세조'를 22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궁중서화실에서 연다고 18일 밝혔다.
전시 주인공이라 할 만한 세조 어진 초본은 세조 모습을 알려주는 유일한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신재근 국립고궁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지난해 발간한 학술지 '고궁문화'에서 세조 어진 초본은 완성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 연구사는 "곤룡포를 장식하고 있는 문양 표현 등은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높지만, 작업을 마무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며 "초상화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그리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얼굴이 단순하게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초본 외에도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에 형인 문종 지시로 육지에서 전투의 진을 짜는 방법을 모아 편찬한 책 진법(陳法), 세조 10년(1464)에 불교 서적 '선종영가집'(禪宗永嘉集)을 번역해 펴낸 '선종영가집언해'도 나온다.
조선시대 세조 어진에 대한 보수와 모사 작업 내용을 기록한 등록(謄錄)도 소개한다. 등록에 따르면 세조 어진은 한양이 아니라 그가 묻힌 남양주 광릉(光陵) 옆 진전(眞殿·어진을 모신 전각)에 보관한 덕분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도 보존됐다.
전시는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 '세조의 왕위 찬탈과 단종 복위 사건의 그늘', '나라를 다시 세운 왕으로 숭배된 세조' 등 7개 주제로 구성된다.
세조 어진 초본에 색 입히기, 세조 어진 초본 따라 그리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과 강연도 마련된다.
박물관 관계자는 "세종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활쏘기와 말타기에 독보적 재능을 보인 수양대군 시절부터 잔혹한 왕위 찬탈, 왕좌에 오른 뒤 이룩한 업적, 사후 후대 인물들의 숭배까지 조명하고자 한다"며 "피의 군주이자 치적 군주라는 양면적 평가를 받는 세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