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임상교수 채용 형식…"관용 베풀면 리베이트 근절 못 해"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불법 리베이트를 받아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병원을 떠난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의사들이 1년 만에 같은 병원으로 복직해 진료를 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부산 고신대학교복음병원에 따르면 의약품 도소매업자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아 지난 2016년 12월 파면 또는 해임된 A 교수는 올해 4월, B 교수는 지난해 말 각각 임상교수 형태로 병원에 복귀해 진료를 보고 있다.
2016년 10월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은 무려 의사 7명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부분의 교수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당시 재단 이사회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총 6명의 교수에게 중징계(정직 이상)를 내렸다.
A 교수를 비롯한 4명이 파면, B 교수에게는 해임 처분이 내려졌다. 기소유예된 C 교수에게도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재단 이사회는 일벌백계로 복음병원이 새롭게 태어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며 리베이트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파면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고 당시 의대 교수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징계를 받은 교수들은 대부분 타 지역의 규모가 작은 병원으로 옮겼지만 A 교수와 B 교수는 병원을 떠난 지 1년 만에 다시 복음병원으로 복귀했다.
파면은 재단 이사회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인데 어떻게 같은 병원으로 복귀할 수 있었을까.
재단과 병원 측은 해당 교수에게 내려진 징계인 파면은 교수직에 대한 파면이기 때문에 진료만 보는 계약직 임상교수 형태로는 다시 병원에서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교수는 학생들을 지도하지 않고 외래진료만 보며 일정 기간마다 병원과 재계약을 하는 계약직 형태의 의사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 7명의 의사가 한 번에 병원을 떠나 의료 공백이 심각했다"며 "비교적 리베이트 금액이 적고 병원에 기여하는 바가 컸기 때문에 다시 병원에서 받아들인 것이다"고 말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타 병원에서 불법 리베이트로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파면됐던 D 교수를 임용했고 이후 병원에서 중요 보직에 임명됐다가 내부 반발로 인해 사퇴한 사실이 알려진 적도 있다.
파면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은 교수들이 같은 병원으로 복직한 것을 두고 의료계나 전문가들은 대학병원들이 수익을 위해 의사들의 잘못에 대해 관용을 베풀기 때문에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일벌백계하겠다던 병원이 리베이트로 파면까지 당한 의사를 다시 고용한다는 것은 불법 리베이트 근절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잘못을 하더라도 병원에 수익을 내주는 의사들을 뿌리치지 못하는 병원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신현호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 변호사는 "의료계 리베이트가 진료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등 국민에게 끼치는 피해가 막대하다"며 "그에 비해 돈을 받은 의사들에 대한 처벌이나 행정적 처분이 너무 약하고 돈을 받은 사람보다 돈을 준 사람이 더 크게 처벌을 받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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