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강 국민경제연구소장, 시장 개방과 경제개혁 촉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대립이 아닌 시장 개방과 경제개혁을 통해 미국 기업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학자인 판강(樊綱) 국민경제연구소 소장은 전날 베이징 칭화(淸華)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판 소장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교류가 잦은 '중난하이(中南海) 브레인'의 한 명으로 알려진 경제학자이다.
판 소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로 위협하고 중국의 미국 투자를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에 보복성 조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중국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건 미 재계뿐"이라며 "만약 미국 기업인을 겨냥한다면 중국은 정말로 무역전쟁에서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공세에 반격하기보다 시장을 더 개방하고 공정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그것이 중국에 더 이롭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무역전쟁에 맞서 중국 관영 매체는 '일전불사'의 강경한 대응을 주창해왔으나, 판 소장의 주장은 이 같은 강경론과는 상당히 다른 목소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판 소장은 "최근 미국 사회에서는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며 "중국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시장 개방이나 외국 투자유치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중국 미국 상의나 유럽 상의는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해 왔으며, 이제 미국, 유럽, 일본은 연합 전선을 형성해 중국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과거에 해야 했지만 못했던 것을 이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경제시스템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고 외국인 투자자들을 달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 소장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무역전쟁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미 국채를 내다 팔면 무역전쟁이 금융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는데, 중국은 금융방면에서 취약해 중국이 미국보다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얘기다.
SCMP는 "최근 중국 정부도 미국 테슬라, 엑손모빌 등의 투자를 허용하는 등 보다 유화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며 "판 소장의 주장은 대립이 아닌 타협으로 무역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 내 일군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폴 그룬월드 S&P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미국과 중국은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며 "양국이 내년에 전략경제 대화를 재개하는 형식 등으로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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