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보이콧·국영기업 배척·환시개입 제한 등 조항 계속 '재생산'"
"中경제성장·패권주의 억제" vs "다자협정만큼 효과 없을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별 국가들의 양자협정을 끌어모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재단장·복원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TPP는 버락 오바마 전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세력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경제부문 전략으로 출범시켰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폐기한 세계 최대의 무역협정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일본, 유럽연합(EU), 필리핀, 베트남, 영국 등과 양자협정을 추진하면서 이런 구상을 세우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TPP에 가입한 국가 가운데 일부와 양자협정으로 더 긴밀한 통상협정을 추진한다며 이는 여러 양자협정을 통해 TPP를 자신의 취향대로 재단장하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오바마식 TPP와 트럼프식 연쇄 양자협정의 차이는 향후 중국의 변화 가능성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는 취지의 설명도 뒤따랐다.
TPP는 중국이 광범위한 경제적, 구조적 개혁을 통해 언젠가 동참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양자협정 집합체는 중국의 경제성장, 지정학적 역내 패권주의를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추진하는 양자협정의 원형이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뜯어고쳐 출범시킨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고율관세를 무기로 캐나다, 멕시코를 압박해 이들 국가가 중국과 개별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USMCA에 삽입했다.
USMCA에는 비시장경제 국가와의 무역협정 체결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들어갔는데,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이 같은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USMCA에는 중국을 보이콧하는 조항뿐만 아니라 중국의 통상 관행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조항들도 대거 포함됐다.
중국 경쟁력의 간판 가운데 하나인 국영기업이 관세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고, 중국의 수출 진흥책으로 의심받는 환율조작도 원천 봉쇄하기로 했다.
NYT는 미국이 협정 상대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논란 속에서도 앞으로 체결할 양자협정에 이런 조항을 넣으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양자협정 묶음이 오바마 대통령의 다자협정보다 폭이 좁고 장기적인 협력에도 효과가 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마이클 프로먼은 "연쇄적 양자협정으로는 큰 지역협정과 같은 전략적, 구조적인 혜택을 얻기는 훨씬 더 힘들 것"이라며 "게다가 연쇄 양자협정은 같은 시간대에 작동하는 협정도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1개국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무역협정인 TPP를 재작년에 체결했다가 작년에 정권교체와 함께 탈퇴를 선언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교역증대뿐만 아니라 아태지역에서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할 안보정책으로도 TPP에 공을 들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무역 국제질서를 우리가 안 쓰면 중국이 쓴다"며 TPP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때문에 TPP가 파기되자 미국 정가에서는 역내 패권약화나 안보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아태지역에서 TPP에 대항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해왔다. RCEP는 자유무역협정이기는 하지만 TPP나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양자협정과 달리 노동이나 환경 기준, 국영기업에 대한 제약 등을 담고 있지 않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