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김재철 전 MBC 사장 재판에 증인 출석
김씨 "다른 동료 피해 없도록 법정서 사실관계 밝혀져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방송인 김미화씨가 'MBC 장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재철 전 MBC 사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 전 사장에게서 방송 하차 요구를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사람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1년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하차한 경위를 설명했다.
김씨는 "2008년부터 2009년 사이 MBC에서 계속 하차 얘기가 나왔다"며 "청취율이나 광고 수익이 높으면 잡음이 없어야 하는데 갑자기 알지 못하는 이유로 PD들이 불려가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때부터 계속 언론에서 '김미화도 하차하나'라는 식으로 설왕설래했고, 그 기간이 꽤 길었다"고 말했다.
2011년 4월엔 MBC 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김 전 사장이 직접 "라디오가 시끄럽던데 다른 프로그램으로 옮겨보세요. MBC에 좋은 프로그램 많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게 김씨 주장이다.
김씨는 "당시 매우 당황했고, '한 방송사의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이제 물러나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심정적으로 매우 괴로웠던 상황에서 사장님이 그런 얘길 하니 이제 물러설 길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 같은 증언을 피고인석에서 듣고 있던 김 전 사장은 머리를 가만히 좌우로 저었다.
김씨는 자신이 '좌편향' 인사로 찍힌 것에는 "저는 좌편향하게 진행을 하지 않았다. 주어진 원고 하에서 편파 방송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갖고 진행했다"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뒤 새 프로그램에 진출하지 못하고 한동안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그는 "정말 창피한 얘기지만, 제가 방송사에 자주 찾아다니며 저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PD들이 '정권에서 싫어하는 데 김미화를 쓰긴 좀 그렇다'는 반응을 보여 진행자 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세월이 참 길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끝으로 "저는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며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제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인생이 흘러가면서 이런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며 "대중 연예인은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지, 국정원의 사찰 대상이 아니다. 후배나 다른 동료들이 다시 이런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정에서 사실관계가 다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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