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3월에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천285명 가운데 8%에 달하는 108명이 기존 직원의 부인, 자녀, 며느리, 부모 등 가족이나 친인척이라고 하니 그 과정의 정당성 대해 의심을 살만하다. 이미 퇴직한 사람, 전·현직 노조 간부, 답변 거부자 등에 대한 실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숫자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특별한 비리가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도 야당이 침소봉대하면서 정치적 공세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움직임에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은 정규직 전환과정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분노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도대체 이 공기업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필요하면 감사원 감사, 검찰수사 등의 과정을 거쳐 이번 사태의 진실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이런 의혹들은 과연 서울교통공사에만 있을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5월 정규직원으로 전환한 국토정보공사 비정규직들 가운데 19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라고 주장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협력업체 6곳의 친인척 채용 비리 14건을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공사가 협력업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흡수한다고 하자 미리 비정규직으로 입사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기업 전체에 대한 전수 조사가 불가피하다. 국회의원이나 언론이 거론한 공기업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공기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불법이나 비리가 있다면 검찰수사 등의 법적 조치를 밟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도 이 사태를 회피하면 안 된다. 오히려 야당 보다 앞장서서 진실을 밝혀내야 국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
고용세습은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꿈과 희망을 짓밟는 행위다. 명절에도 고향에 못 가고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외롭게 입사시험 준비를 하는 청년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용세습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절차와 제도에 결함이 있는지도 파악해서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일부 대기업은 단체협약상의 고용세습 조항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삭제해야 한다. 한국에서 이런 일들이 지속한다면 어떻게 공정경제, 공정사회가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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