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주의무역·기후변화 이행·이란핵합의 지지 표명하며 차별화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아시아와 유럽의 51개국 지도자들은 18, 19일 이틀간 브뤼셀에서 열린 제12회 아셈정상회의에서 무역과 기후변화, 이란핵 합의 등 주요 국제 현안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과 확연히 대비되는 입장을 드러냈다.
특히 일부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미국우선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채택할 공동선언문에 따르면 아시아와 유럽의 정상들은 개방적인 세계 경제를 유지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며 법률에 근거한 다자무역체제를 유지할 절박한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고 명시했다.
자유무역을 증진하고 보호무역과 맞서 싸우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셈 지도자들의 이 같은 입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 삼아 무역상대국을 압박하며 자유무역을 위협하고, 무역상대국들이 WTO를 통한 분쟁 해소를 주장하자 WTO에서 탈퇴해 무력화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을 겨냥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9일 "이번 정상회의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룰에 기반을 둔 무역을 원하고, 다자주의를 서약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아시아와 유럽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분의 2가량을 대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한 시그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날트 투스크 EU(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전날 개막 연설에서 WTO에 기반을 둔 현재의 글로벌 무역시스템에 대해 "명료한 룰 없이 빠른 해결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그것(WTO)은 가치가 없을 것"이라면서 "룰이 없는 세계는 혼돈의 세계"라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 공동선언문은 기후변화에 의한 심각한 도전과, 전 세계적으로 미치는 엄청난 영향, 긴급하고 효과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공동선언문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합의로, 유엔이 공식적으로 지지한 이란 핵 합의에 대한 집단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서명한 파리 기후변화협정 비준을 거부하며 무력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과 올해 초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입장이다.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유럽이) 이들 국가(아시아국가)들을 동반자로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하나가 돼서 행동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요 국제 이슈에 대한 아셈정상회의의 입장이 미국 트럼프 정부와 대비되면서 이 회의가 마치 '반(反) 트럼프 정상회의' 같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우리는 누군가를 반대하는 회의를 열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모게리니 대표는 "우리는 우리의 어젠다가 있다. 그것은 유엔 시스템과 기후변화 행동,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비확산을 지원하는 국제적 합의 등 다자주의를 지지하는 매우 확실한 어젠다"라고 강조했으나 결과적으로 트럼프 정부 노선과의 차별성만 더 부각됐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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