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시리아·'北억류' 웜비어 사망 거론하며 "그것이 진짜 악"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연말 사임' 계획을 발표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가 극단적 정쟁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하며 정치적 언급을 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는 '알프레드 스미스 메모리얼 재단'이 전날 뉴욕에서 개최한 자선 만찬 행사에서 "우리의 유독한(toxic) 정치 환경에서 나는 양당(공화·민주당)에 있는 일부 사람들이 반대자들을 적이나 악(惡)으로 표현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미국에서 우리의 정치적 반대자는 악하지 않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어 '우리는 국내적으로 일부 심각한 정치적 견해차가 있지만, 우리의 반대자들은 악하지 않다. 그들은 단지 우리의 반대자"라고 강조했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견해차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정치적 시스템으로 축복받았다"면서 "결국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다만 유엔대사로서 지난 2년간 "진짜 악을 봐왔다"면서 "남수단에서는 강간이 일상적으로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고, 시리아에서는 독재자가 무고한 아이들을 살해하기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한다. 북한에서는 미국인 학생 오토 웜비어가 고문으로 사망했다. 그것이 악이다"라고 지적했다.
웜비어는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혼수상태인 채로 미국에 송환됐으며, 입원 치료에도 불구하고 엿새 만에 숨졌다.
미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헤일리 대사의 이 같은 언급에 민주당을 '악'으로 지칭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선 긋기'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선거 캠페인에서 사용해온 언어에 대한 "확실한 비난"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교 시절 성폭력 미수 의혹으로 어렵게 의회 인준 문턱을 통과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이달 초 "캐버노에 대한 성폭력 주장은 사악한 사람들에 의해 초래된 불명예스러운 상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아이오와 주 선거 유세에서도 캐버노 인준에 반대한 민주당을 향해 "사람들을 파괴하기를 원하는 정말 사악한 사람들"이라고 공격했다. 또 다른 유세에서도 민주당을 "범죄 당(party of crime)"이라고, 언론에 대해서는 "대중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 9일 연말 사임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0년 선거에는 어떤 후보로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 뉴욕타임스(NYT)는 "대권에 대한 야망을 가진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공화당 스타'"라고 평가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만찬 연설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몇 가지 조언을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웃음(laughs)에 봉착하면 자신(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을 자랑하라고 주문했다"면서 "그것(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은 유엔에서 실패했다(killed)"고 말했다.
이는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빚어진 일화를 빗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연설 초반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의 행정부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 다른 거의 모든 행정부보다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자 유엔 회원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운집한 청중들 사이에서 '키득키득'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괜찮다"며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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