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시작하는 아들 이정후(20)에게 아버지 이종범(48)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큰 경기는 심장이 큰 사람이 이긴다. 무조건 자신 있게 하라"고 말했다.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이정후는 떨지 않는다.
'심장이 큰' 이정후는 1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8 KBO 준PO 1차전 한화 이글스와의 방문경기에서 8회말 무사 1루, 최재훈의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 바로 앞에서 높이 뛰어올라 잡아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이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고 떠올릴 만큼, 놀라운 수비였다.
이미 16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른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7회초 최형우의 좌중간을 가를 법한 타구를 몸을 던지며 잡아낸 이정후는 또 한 번 '슈퍼 캐치'를 하며 가을 야구 잔치를 뜨겁게 달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만 해도 "7회초 수비가 나오기 전까지는 긴장했다"고 한 이정후는 19일 준PO 1차전을 앞두고는 "오늘은 떨리지 않는다. 정규시즌하고 비슷하다"고 했다.
아들 이정후의 심장은 아버지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긴장감을 떨쳐낸 이정후는 경기 전 편안한 표정으로 농담도 했다.
극적으로 준PO 엔트리에 합류한 한화 좌완 신인 박주홍이 화두에 올랐다.
취재진이 "박주홍에게 3타수 무안타로 약했다"고 말을 꺼내자, 이정후는 씩 웃으며 "주홍이가 저 때문에 준PO 엔트리에 뽑힌 건가요"라고 받아치며 '박주홍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정후는 "박주홍은 광주 서석초교 1년 후배다. 당시 나는 유격수였고 박주홍은 1루수였다. 주홍이 때문에 선생님께 '단체 기합'을 받기도 했다"며 "초교 졸업 후 처음 만났는데 박주홍이 1루수가 아닌 투수로 나온 게 이상했다. 박주홍을 보면 자꾸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기억 속에는 '같은 팀 1루수'였던 박주홍이 상대 투수로 등장하는 게, 이정후에게는 신기했다. 그는 "자체 평가전을 하는 기분도 들었다"고 했다.
이정후가 과거를 떠올린 사이, 상대 성적은 3타수 무안타가 됐다. 그리고 박주홍은 이정후 등 '넥센 좌타자 방어'의 명을 받고 준PO 엔트리에 합류했다.
이정후는 "박주홍과 준PO에서 맞대결하면 잘 치고 싶다"고 웃었다.
박주홍이 준PO 1차전에 등판하지 않아, 이정후와의 맞대결은 성사될 수 없었다.
하지만 박주홍을 만나지 않아도 이정후는 웃었다. 준PO 1차전 승부처 중 하나였던 8회말 호수비 때 웃었고, 경기가 3-2 넥센의 승리로 끝나자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달려왔다.
넥센 팬들은 재능을 타고나고, 심장은 점점 커지는 '노력형 천재' 이정후를 보며 더 크게 웃는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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