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당했다" 주장에 "보상금 노린 소송" 반박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주지사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부호 가문 출신 억만장자 투자사업가 J.B.프리츠커(53)가 인종 차별 혐의로 피소됐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프리츠커 후보 선거 캠프의 소수계 직원 10명이 "캠프 내에서 인종차별과 괴롭힘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흑인 9명과 히스패닉계 1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프리츠커가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선거 캠프에 고용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소수계 저소득층 거주지인 시카고 도심 남·서부 사무소에 집중 배치돼 유권자 끌어들이기에만 동원됐고, 백인 유권자들을 상대하는 백인 직원들만큼 우호적인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시카고 남·서부 선거사무소는 카펫에 곰팡이가 피고, 쥐가 다니고, 아침마다 책상에 죽은 벌레들이 쌓여 있는 등 업무 환경이 열악할 뿐 아니라 총기사고가 잦은 지역에 있어 안전하지 못하다"면서 프리츠커 후보 본인은 총기사고 위험을 이유로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보상금 750만 달러(약 85억 원) 지급, 남은 선거기간 소수계 목소리를 대변할 '다양성 전담 사무관'(diversity officer) 배치 등을 요구했다.
투표일이 3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런 일이 터지자 프리츠커 후보는 즉각 회견을 열고 "사실이 아니다. 선거캠프 인력 다양성에 자부심을 갖고 있고, 직장 내 평등 실현 및 차별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닝메이트 줄리아나 스트래튼(53)은 "보상금 750만 달러를 노린 소송"이라고 폄훼했다. 스트래튼은 2016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어 일리노이 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흑인 정치인이다.
프리츠커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민주당 후보 경선 당시, 10년 전 일리노이 주지사에게 전화해 자리 청탁과 함께 오바마 후임 연방상원의원 후보 지명에 관해 조언하면서 흑인 비하 발언을 쏟아낸 녹음파일이 공개돼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프리츠커는 호텔 체인 '하얏트' 공동설립자 도널드 프리츠커(1932~1972)의 아들이자 오바마 행정부 2기 상무장관을 지낸 페니 프리츠커(57)의 동생이다.
2008년 힐러리 클린턴 대선 경선 캠페인의 부위원장으로 일했고 2016 대선에서도 힐러리 캠프의 자금모금책으로 활약했다. 누나 페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물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발표된 포브스 400대 부호 순위에서 프리츠커는 순자산 32억 달러(약 3조7천억 원)로 251위, 일리노이 주 7위에 올랐다.
프리츠커가 이번 선거에 투입한 개인 돈은 지금까지 약 1억5천만 달러(약 1천700억 원)로 추산된다.
프리츠커의 맞상대인 브루스 라우너 일리노이 주지사(61·공화)도 억만장자 투자사업가 출신으로 6천만 달러(약 680억 원) 이상을 선거전에 퍼붓고 있어 이번 일리노이 주지사 선거가 '미국 지방선거 사상 최대 돈 잔치' 기록을 세울지 주목된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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