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바람 분 캄보디아 소도시 中 카지노가 점령

입력 2018-10-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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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바람 분 캄보디아 소도시 中 카지노가 점령
개발 붐에 일자리 늘었지만…젠트리피케이션 등 문제로 주민 불만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제안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고대 동서양의 교통로인 실크로드를 현대판으로 다시 구축해 중국과 주변국의 경제·무역 합작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2013년 처음 제안된 이후 80개국이 참여하고 있는데 동남아시아의 최빈국 캄보디아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른 중국 자본과 인력의 유입이 가장 활발한 국가 중 하나다.
거대한 중국 자본의 유입은 수도 프놈펜과 같은 대도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의 모습까지 바꿔 놓고 있다.
캄보디아 남서부 타이만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 시아누크빌이 대표적인 사례다.베낭 여행객들이 즐겨 찾던 조용한 해변 도시였던 이곳은 최근 중국 자본이 유입되고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활황이다.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밤거리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점령했다.
그러나 중국 자본이 시아누크빌에 늘려 놓은 것은 산업 무역 시설이 아닌 카지노라고 싱가포르 채널 뉴스 아시아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시아누크빌에는 지난 2년간 중국인이 운영하는 카지노가 30개나 생겼고, 현지 건립 중인 카지노도 70여 개나 된다. 싱가포르 면적의 10%에 불과한 작은 도시는 이제 '작은 마카오'로 불릴 정도다.
현지 주민들은 개발 프로젝트가 속속 진행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 반갑지만, 개발 이익은 고스란히 중국인들이 챙겨간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붓 웅씨는 "중국인 사업가들과 관광객은 중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그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중국 사람들에게만 돌아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웅씨처럼 가족 사업 형태로 식당이나 상점을 운영해온 시아누크빌의 영세한 토박이 상인들은 중국 자본에 밀려 이제 가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중국인들이 최대 5배나 올려놓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데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휴양을 위해 과거 이곳을 찾던 서양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긴 탓이다.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캄보디아 거주 중국인은 지난해 연말 10만 명에서 최근 21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시아누크빌에 거주하는 중국인은 무려 7만8천 명에 달한다.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범죄도 늘었다는 게 현지 관리들의 전언이다.
윤 민 시아누크빌 주지사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폭력조직의 일원으로 보이는 중국인들이 중국인 사업가를 납치하는 등 치안이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국가 경제위원회 자문역을 맡은 왕립 프놈펜대학의 메이 칼얀 박사는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 불균형이 생겨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 적대감이 생겨났다"며 "일부 캄보디아인은 나라가 외국에 넘어간다는 생각도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캄보디아 정부는 주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 또 (중국인 유입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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