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테러 위협 속 총선 투표 개시

입력 2018-10-20 12:23  

아프간, 테러 위협 속 총선 투표 개시
탈레반, 선거 저지 공언 '위협'…내년 대선 앞둔 시험 무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이 20일(현지시간) 극심한 테러 위협 등 혼란 속에서 총선에 돌입했다.
아프간 선거관리위원회(IEC)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아프간 전국 5천여개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가 시작됐다.
아프간은 총 34개 주(州)로 이뤄졌으며 이번 총선에서는 249명의 하원 의원을 뽑는다. 투표 마감 시간은 이날 오후 3시다.
총선 후보는 2천500여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은 400여명이다.
아프간의 전체 인구는 3천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약 880만명이 유권자로 등록했다. 투표 결과는 20일 후인 다음 달 10일께 발표된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아프간 총선은 2015년에 치러지려다가 3년가량 연기된 끝에 이번에 겨우 마련됐다.
다만, 이번 총선은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으며 상징성에 더 무게중심이 실린 선거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혼란 때문에 유권자 등록과 투표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34개 주 가운데 20여개 주에서는 정부군과 탈레반, 이슬람국가(IS) 등과의 내전이 계속되고 있다.
또 아프간은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국가라 의회의 정치적 비중이 작은 편이다.
더욱이 현재 하원 최대 정당인 자미아트-에 이슬라미의 의원 수가 불과 17명에 불과할 정도로 의회 의석은 지역, 종파, 민족으로 갈가리 찢어진 상황이다.
선거가 열리지 않는 곳도 여럿이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즈니 주는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지난 18일 테러로 주 경찰총장, 주 정보국장 등이 사망한 칸다하르 주 선거는 1주일 연기됐다.
반군 세력인 탈레반이 장악한 10여개 지역구에서도 선거가 열리지 않는다.
BBC방송은 전체 투표소 가운데 30% 이상이 치안 우려로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최근 연이은 테러로 인해 투표를 포기하는 주민도 많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선거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 생체 인증 등록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했지만 유권자 중복 등록, 데이터 조작 등 부정 선거가 여전히 횡횡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이정표이자 시험 무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특히 아프간 정부로서는 탈레반의 위협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민주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야 현재 추진 중인 미국·탈레반 간 평화협상과 향후 정국 운영 등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은 이번 총선에 대해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음모에 따라 진행된다는 이유로 투표를 막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총선 후보와 주민에게는 선거를 보이콧하라고 강요했다.
이미 이번 후보 10여명이 탈레반의 테러 등으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아프간 정부는 5만4천여명의 치안 병력을 투입해 투표소 인근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 군인, 정보요원까지 총동원한 상태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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