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모든 수단 써서 사건 규명"…익명 관리 "시신 행방 곧 알아낼 것"
"사우디, 사망 진작 시인했어야"…사우디 왕실 직접 공격은 자제
(모스크바·이스탄불=연합뉴스) 유철종 하채림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후 사우디를 줄곧 압박한 터키가 사우디 정부의 피살설 시인 후에도 고삐를 완전히 놓지 않는 모습이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누만 쿠르툴무시 부대표는 20일(현지시간) 카슈끄지 피살사건과 관련, "터키는 은폐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쿠르툴무시 부대표는 "사우디 정부의 책임이 확인된다면 이 범죄로부터 사우디 정부가 빠져나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수사 결과 확정'이 임박했다고 예고했다.
AKP 대변인 외메르 첼리크는 이스탄불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는 자체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고, 자체적인 결론을 공개할 것"이라면서 "모든 수단을 써서 사건을 규명하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터키 고위 당국자는 "카슈끄지의 시신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우리가 머지않아 알아낼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이 당국자는 또 "(대조) DNA를 터키에서 확보했기 때문에 사우디에 요청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AKP의 인권 위원 레일라 샤힌 우스타는 "사우디 정부가 더 일찍 카슈끄지의 죽음을 시인하는 게 나았다"고 비판했다.
카슈끄지는 이달 2일 이혼 확인서류를 수령하러 주(駐)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사라졌다.
실종 며칠 후 그가 사우디 왕실이 보낸 '암살조'에 의해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되고 시신이 훼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사우디 측은 그가 멀쩡히 총영사관을 떠났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터키 당국이 수사 정보를 조금씩 유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며 파문이 확산하자, 실종 18일 만에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서 숨졌다고 시인했다.
사망 경위는 암살이 아니라 카슈끄지와 사우디 요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진 우발적 결과라고 사우디 정부는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측근인 AKP 지도부는 사우디의 뒤늦은 시인에 긍정적이기보다는 비판적으로 반응했다.
AKP 지도부는 사우디 정부를 압박하는 고삐를 풀지 않으면서도, 왕실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삼갔다.
첼리크 AKP 대변인은 터키는 수사가 종료되기 전에는 누구도 비난하지 않겠지만 아무것도 숨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주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서 그쳤다.
20일 일간 휘리예트 등 터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몰도바에서 귀국하는 기내에서 취재진에 "공동수사를 위해 터키에 파견된 사우디 대표단에 '사우디 총영사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민간 단체는 '꼬리 자르기'가 아닌 '몸통' 처벌을 요구했다.
카슈끄지가 회원으로 소속된 '튀르크-아랍미디어협회'(TAM)는 이날 사우디 총영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우디 정부가 발표한) 연루자 18명뿐만 아니라 살해를 지시한 자들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카슈끄지의 시신을 찾고 있는 터키 경찰은 총영사관 차량의 동선을 근거로 이스탄불 북부 녹지 벨그라드숲과, 보스포루스해협 남동쪽 얄로바시(市) 농촌 지역을 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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