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카슈끄지 수사 "믿을수 있나?" 국제사회 책임 추궁(종합)

입력 2018-10-21 15:58   수정 2018-10-21 16:29

사우디 카슈끄지 수사 "믿을수 있나?" 국제사회 책임 추궁(종합)
"유엔차원 독립조사 필요"…유엔총장 "철저히 책임 물어야"
유럽 국가들 일제히 불신…사건 발생국 터키 "우리가 진실 폭로할터"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을 두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비판 속에 인권단체는 유엔 차원의 외부 조사를 촉구했고 사건발생국인 터키는 자체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못 믿겠다며 공정하고 독립적인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에서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사마 하디드는 "사우디 설명에 신뢰성과 투명성이 없다"며 "사우디가 사실관계를 분식하고 은폐하지 못하도록 우리는 유엔이 주도하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디드는 카슈끄지 살해는 사우디에서 발생하고 있는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탄압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우디 당국이 카슈끄지 살해사건에서 책임을 모면한다면 사우디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심각한 부정적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의 시신을 즉각 공개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부검을 위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슈끄지는 이달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고, 사우디 왕실이 보낸 '암살조'가 그를 총영사관 안에서 고문한 끝에 살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가 영사관 안에서 몸싸움 도중에 숨졌다는 초동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우발적 살인으로 규정해 '왕실 배후설'에 철저히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 지도자들에게서도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카슈끄지 사망에 대한 신속하고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 차원의 조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우디의 초기수사 결과 발표를 일축했다.

메르켈 총리는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성명에서 "이스탄불 영사관에서 벌어진 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나온 설명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슈끄지의 사망에 대한 환경과 배경에 대해 사우디가 투명하기를 바란다"며 "사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도 사우디 당국이 거짓말을 한다는 취지의 비판을 가했다.
라스무센 총리는 "사우디가 처음에 카슈끄지가 영사관을 살아서 떠났다고 주장했다가 죽었다고 확인한 사실을 보면 우리가 완전한 진실을 들은 게 아니라는 점이 입증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을 반드시 계속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도 "책임 소재를 모조리 확인하고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카슈끄지 살해에 대가를 확실히 묻기 위해 철두철미하고 성실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은 "지금까지 사우디가 내놓은 설명은 일관성도 신뢰성도 없다"고 규탄에 가세했다.
사우디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는 가운데 사건 발생지인 터키의 집권당은 카슈끄지 살인사건을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터키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의 오메르 셀릭 대변인은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터키가 폭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릭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이에게도 성급하게 혐의를 두지 않을 것이지만 어떤 것도 은폐되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만 쿠르툴무시 AKP 부대표는 "사실이 확인되면 사우디 당국이 이번 범죄에서 기어나가는 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의회에서도 사우디의 발표는 신빙성이 없다는 비난 목소리가 고조됐다.
리처드 블루먼솔(민주당) 상원의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시간을 벌고 숨을 곳을 찾으려고 용을 쓰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밥 코커(공화당) 상원 외교위원장은 "카슈끄지의 실종에 대한 사우디의 스토리가 날이면 날마다 계속 바뀐다"며 "그래서 우리는 사우디의 최신 발표가 이치에 맞는다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jun@yna.co.kr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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