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주도 독립적 국제수사도 촉구…"구테흐스 사무총장 나서야"
사우디 발표에 "꾸며낸 이야기"…"美 정보기관 보고와도 어긋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의혹과 관련, 미 의회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 정권과 공모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WP는 이날 사설에서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몸싸움 끝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우디 당국의 발표에 대해 "꾸며낸 이야기"라고 단정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발표에 대해 '좋은 첫 조치'라고 평가한 것과 관련해서도 사우디 정권, 특히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꼬리 자르기' 하려는 걸 지원사격해주려는 '부끄러운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WP는 "사우디 당국의 발표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보고 내용과도 어긋난다"면서 중앙정보국(CIA) 관리들도 끔찍한 살해 당시 상황이 담긴 오디오 기록을 청취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모든 정황이 빈살만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잔혹한 이 살인의 선동자라는 걸 가리킨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당국은 총영사관에 있던 보안팀이 카슈끄지가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를 만나기 위해 터키 현장에 파견됐다고 설명했지만, 시신을 토막 내고 처리하는 작업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법의학자 살라 무함마드 알투바이지가 파견팀에 포함된 것 자체가 이러한 주장이 허위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WP는 또한 "카슈끄지는 사우디로 돌아갈 생각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사우디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경질된 빈살만 왕세자의 고문인 사우드 알 카흐타니가"내가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고용된 사람이자, 국왕과 왕세자의 지시를 따르는 믿을만한 실행자"라고 쓴 지난해 트윗을 소개하기도 했다. 카흐타니는 왕세자를 비판해온 인사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에 대해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진실을 파헤치는 유일한 방법은 유엔이 지명한 패널이 이끄는 독립적인 국제조사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사건을 덮기 위해 사우디 당국자들과 공모했는지를 포함, 자체 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대(對) 사우디 무기판매를 차단해야 한다"면서 "진상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사우디 정권은 인권과 자유로운 표현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이들로부터 범법자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연장 선상에서 기업 및 로비스트들은 빈살만 왕세자와의 접촉과 거래를 피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설은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지속 및 협력은 카슈끄지 살인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밝히고 그 총기획자인 빈살만으로 하여금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한 연후에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부터 미국에 체류하면서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 왕실과 정책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해온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인 약혼녀와 결혼하려고 이스탄불을 찾았다가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피살됐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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