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엔진시험발사체 발사가 예정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17일 연료공급 가압장치의 이상 발견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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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엔진시험발사체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대에서 조립동으로 옮겨 문제 부위를 해체하고 이상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 엔진시험발사체 재조립, 발사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각종 검사 및 점검 등을 고려하면 발사일정은 두 달 정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발사일정에 다양한 반응들이 나온다. 누리호 엔진시험발사체 발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네티즌 등 다수 국민이 누리호 개발진을 질타하기보다 '발사를 서두르지 말고 철저히 준비하라'는 응원 메시지를 보낸다는 점이다.
애초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엔진을 직접 발사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엔진 성능 시험은 지상시설에서 마치고 이를 이용해 최종 발사체를 완성한 뒤 시험발사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발사체 개발과정이다.
엔진시험발사체는 누리호에 쓰이는 75t 액체엔진이다. 길이 25.8m, 최대지름 2.6m, 무게 52.1t의 이 엔진은 총 3단으로 구성되는 누리호의 2단부에 해당한다. 이 엔진 4개가 묶여(clustering) 1단부를 이룬다.
엔진시험발사가 결정된 배경도 개발과정에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장기간 진행되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중간평가 또는 대국민 보고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항우연의 한 연구자는 "한국형발사체 사업계획이 2011년 확정됐는데, 사업 기간이 길다 보니 중간평가랄까 하는 의미에서 엔진시험발사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이게 된다고 해서 3단형 발사체(누리호)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엔진시험발사체를 발사하되 비공개로 하고 그 결과를 설명하면 된다는 주장이 과학계에서 제기됐지만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를 원하는 과기정통부 등에 밀려 엔진시험발사체 발사는 결국 또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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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한국형발사체 시험발사 8부 능선 넘다"라는 뜬금없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유영민 장관은 시험발사 성공 응원 메시지 사진을 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직접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릴레이 응원 캠페인'에 나섰다.
과기정통부의 이런 움직임에 국회의원들까지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정감사 일정에 발사가 예정됐던 25일 '한국형 발사체 시험발사현장' 시찰을 포함시켰다.
또 지난 10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시험발사를 왜 방송으로 생중계하지 않느냐"고 다그치자 유영민 장관이 "방송국이 생방송을 하겠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의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유 장관의 이 답변은 같은 자리에서 이진규 제1차관이 "시험발사는 연구개발 과정으로 본 발사가 아니므로 그대로 방송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답한 것을 뒤집은 것이어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제 누리호 엔진시험발사체 발사는 최소한 1~2개월 미뤄졌고 누리호 개발진은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 작업으로 밤낮이 없는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발사대에 세워졌던 엔진시험발사체는 해체됐고,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 뒤 이를 다시 조립하고 전에 거쳤던 각종 시험과 점검을 다시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이상이 발견될 수도 있고 그러면 시험발사는 재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성공하게 하는 것이고, 이를 가장 원하는 사람들은 바로 누리호 개발진이다.
누리호 개발과정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지원과 문제점 지적에 정치적 이해가 개입돼서는 안 되며, 홍보 또한 연구개발진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duaw****'라는 네티즌은 시험발사 연기를 전하는 기사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하길…최초 국산 로켓 엔진 개발이라는 의미가 있으니까 기술력 확보에 최선을 다해주길…"이라는 댓글로 1천500명 이상의 공감을 받았다.
연구진의 의견과 동떨어진 과도한 홍보와 정치적인 접근으로 누리호 개발진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일부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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