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민족주의 대중역사와도 공론 나서야"

입력 2018-10-21 11:06  

"역사학계, 민족주의 대중역사와도 공론 나서야"
김정인 교수, 역사학대회서 주장…"시민과 전문성 공유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대중과 소통하며 역사를 알리는 대중역사가들은 민족주의에 과도하게 경도돼 역사 해석에서 보수성을 보이지만, 역사학계가 이들과 공론장을 형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근대사를 전공한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지난 19∼20일 서울대에서 '역사 소비 시대, 대중과 역사학'을 주제로 열린 올해 제60회 전국역사학대회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서서 "역사학이 역사를 독점하려 하지 않고 공공재로 인식하며 대중역사와 만남을 시도한다면 소통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먼저 대중역사가 보수성을 보이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에 두뇌한국(BK)21, 인문한국(HK)처럼 국가가 지원하는 학술 사업이 늘면서 역사학계 성과는 양적으로 많이 증가했으나, 이 무렵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대중역사는 역사학계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해석을 수용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역사학이 민족주의 사관에서 벗어날 당시에 대중역사는 민족주의 사관을 절대시했다"며 "이를 기준으로 사건에는 완결성을, 인물에는 영웅성을 부여하며 다른 해석은 배척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역사의 확산은 '내가 알고 있는 역사'가 곧 공인된 역사라 믿으며, 자기 기호에 맞게 역사를 주관적으로 재구성하는 확증 편향을 낳았다"며 "대중역사가 중 일부는 역사학을 공격했고, 역사학자를 식민지학자 혹은 좌파로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대중역사의 민족주의 특성은 고대사와 근대사에서 두드러지게 확인된다. 일례가 1995년 창작 뮤지컬로 조명받은 이후 각종 드라마와 다큐멘터리에서 소재가 된 명성황후다.
김 교수는 "대중에게 명성황후는 국권과 왕권을 지키다 참혹한 죽음을 맞은 국모로 추앙되고, 고종 역시 제국을 건설하고자 한 위대한 군주로 평가된다"며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고종과 명성황후를 분석하면 완전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3·1절에서 발표한 기념사 역시 정확한 사실(史實)과 신중한 평가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주관적 평가에 치중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념사에서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10명 중 9명이 사상범'이라거나 '1937년 한 해에만 국내에서 3천600건의 크고 작은 독립투쟁이 있었다'는 내용은 사실과 배치되고, '3·1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독립선언서에 따른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이라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중역사의 성장은 역사학 입지를 상대적으로 좁게 만들었다. 김 교수는 "역사학계는 새롭고 다양한 역사를 추구하고 있었으나, 재야사학 혹은 뉴라이트와의 역사전쟁에 뛰어들면서 이분법적 전선의 한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경향은 건국절 논란에서도 드러난다. 역사학계가 뉴라이트의 1948년 건국설을 비판하자 역사학자는 모두 1919년 건국론을 지지한다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역사학에서는 임시정부를 하나의 독립운동 단체로 보는 시각이 주류"라며 "1948년 건국설 반대가 1919년 건국론에 동의한 것으로 여겨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젊은 역사학자들이 결성한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한국역사연구회가 만든 대중화·연구사업단, 지난 4월 발족한 역사디자인연구소를 거론하면서 역사가와 시민의 만남을 모색하는 자리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이비과학 또는 유사과학과 오랫동안 갈등한 과학계가 민주화를 추구하면서 시민이 생산하는 과학이자 과학계와 협업 관계를 유지하는 '시민과학'이 출현했기에 역사학에서도 '시민역사'가 충분히 성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시민역사에서 시민은 역사학자의 협업자인 동시에 역사 서술의 주체"라며 "역사학자들은 시민과 전문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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