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알몸남 촬영장소' 소독·경비강화…학생 불만 여전

입력 2018-10-21 13:34  

동덕여대 '알몸남 촬영장소' 소독·경비강화…학생 불만 여전
학생들 "보안 강화했다는데…체감 못 하겠다" 토로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20대 남성이 교내 이곳저곳에서 알몸촬영을 해 공분이 일었던 동덕여대가 범행 장소를 대대적으로 소독하고 사실상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는 고강도 조치에 나섰지만, 학생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덕여대는 20대 남성이 발가벗은 채 교내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촬영한 대학원 건물의 강의실, 복도,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을 3차례에 걸쳐 소독했으며, 전 층 정수기를 교체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또 이달 말부터 정문과 후문에서 배달 오토바이와 택시 등의 출입을 통제하고, 캠퍼스 내 모든 건물에 카드리더기를 설치해 다음 달 1일부터 학생증이 없으면 출입을 막기로 했다.
아울러 총학생회와 협의를 거쳐 외부인 출입규정을 마련해 백주년대강당과 춘강홀 등을 외부인에게 빌려줄 때는 대관 사실을 학생들에게 공지하고, 외부인들이 다른 건물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학 측이 학생과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유례없는 경비 강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불안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체감할 수 없다는 게 주요 이유다.
경영학과에 다니는 김모(22) 씨는 "학교에서 보안 강화방안을 발표했다는데 체감하는 게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사회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0) 씨도 "학생 입장에서는 바뀐 게 하나도 없다 보니 시험 기간에도 촛불을 들러 나간다"고 토로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은 지난주 내내 오후 3시 교내 본관 앞에서 필리버스터를, 오후 6시 백주년기념관 계단 앞에서 촛불집회를 하면서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을 규탄했다.
동덕여대 대학원 건물 앞 안내판에는 '여성의 배움터는 성적 페티시를 충족시키는 곳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고, 알몸사진을 촬영한 곳으로 지목된 강의실은 현재 쓰이지 않고 있다.
해당 강의실에서 진행됐던 10개가 넘는 수업은 모두 장소를 옮겼고, 학생들은 강의실 앞에 '야노(야외노출)남이 "나 야노할거야"하고 들어왔냐? 의심스러운 사람 어떻게 구별하는지 설명해달라'는 내용과 같은 항의문을 붙여놨다.
경찰에 따르면 박 모(27) 씨는 이달 6일 오후 1시 15분께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대학원 3층 강의동과 여자 화장실 앞에서 알몸으로 음란행위 하는 모습을 찍고, 같은 날 오후 6시께 트위터에 해당 영상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씨를 검거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전부 인정하고 있고, 관련 증거들이 모두 확보돼 있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면서 "범죄 전력이 없고,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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