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총재, 부총리 시절 뇌물 등 혐의 피소…지도부 사분오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61년간 장기집권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말레이시아 전 집권여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이 총선 패배 후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21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지난 18일 아흐맛 자힛 하미디(65) UMNO 총재를 권력남용과 배임, 자금세탁 등 45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올해 5월 총선 패배 전까지 부총리와 내무부 장관을 겸임했던 자힛 총재는 국가사업 수주를 빌미로 뇌물을 받는 등 4천200만 링깃(약 11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와 별개로 7천200만 링깃(약 196억원) 상당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자힛 총재에게는 최장 20년 징역과 부당이득의 5배 이상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UMNO 총재직에서 사임한 나집 라작 전 총리는 이미 반(反) 부패법 위반과 자금세탁 등 32건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상황이다.
UMNO는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가 전 정권을 상대로 정치보복을 벌인다고 주장하지만, 여론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이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 원대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UMNO가 이끄는 정당연합 국민전선(BN)에서 군소정당이 이탈하고, 소속 의원의 탈당 행렬이 이어지면서 UMNO는 1946년 창당 이래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현지 정부업무 자문업체 프린스앤드파트너스 소속 컨설턴트 아딥 잘카플리는 "지도부의 피소는 탈당을 원하는 당원들에게 (탈당을 할) 또다른 이유를 제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구의 다수(61.7%)를 차지하는 말레이계와 원주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인 만큼 UMNO가 완전히 몰락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집 전 총리의 부정부패 의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큰 데다, 지도부가 사분오열되면서 어떤 식으로 당을 추스를지조차 명확히 정하지 못한 까닭에 UMNO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내부적 혼란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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