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ApoE4(apolipoprotein E4) 변이유전자는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변이유전자가 있다고 모두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치매가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는 이 변이유전자가 어떤 환경적 요인과 만나야 발현하기 때문으로 믿어지고 있다.
그 환경적 요인 중 하나가 만성 경도 염증(chronic low-grade inflammation)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보스턴 대학 의대 정신의학 전문의 웬디 추 교수 연구팀은 ApoE4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만성 경도 염증이 겹치면 조기 치매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20일 보도했다.
프래밍햄 심장연구(FHS: Framingham Heart Study) 참가자 2천656명(평균연령 61.6세: 남성 1천227명, 여성 1천429명)의 17년간 조사자료를 토대로 ApoE 변이유전자와 CRP 수치가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추 교수는 밝혔다.
만성 경도 염증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폐렴, 요로 감염 같은 통상적인 질환에 뒤이어 나타나며 염증 표지 단백질인 C-반응성 단백질(CRP: c-reactive protein)을 측정하는 혈액검사로 간단하게 알 수 있다.
ApoE4 변이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CRP 수치가 만성 경도 염증을 나타내는 기준인 8mg/L 이상인 사람은 CRP 수치가 이보다 낮은 사람보다 치매 발생률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가 진행된 17년 사이에 194명(7.3%)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 중 152명(78.4%)이 알츠하이머 치매였다.
ApoE 유전자의 다른 변이형인 ApoE2와 ApoE3의 경우는 만성 경도 염증이 치매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미루어 ApoE4 변이유전자의 치매 유발 위험은 만성 염증이 수반될 때만 높아지는 것일 수 있다고 추 교수는 해석했다.
따라서 ApoE4 변이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주기적으로 CRP 검사를 계속하면서 만성 염증 수치가 나타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치매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질 대사에 핵심 역할을 하는 ApoE 유전자는 ApoE2, ApoE3, ApoE4 등 3가지 변이형이 있는데 이중 ApoE4 변이형만이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인다.
ApoE4 변이유전자를 한쪽 부모에게서 받은 사람은 치매 위험이 3배, 양쪽 부모에게서 받은 사람은 8~12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인구 중 약 25%가 ApoE4 변이유전자 하나를 가지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의사협회 저널 네트워크 온라인판(JAMA Network Open)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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