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싱크탱크, 정책결정권자에 무역전쟁 자문 제대로 못 해"

입력 2018-10-22 15:44  

"중국 싱크탱크, 정책결정권자에 무역전쟁 자문 제대로 못 해"
SCMP "중국 전문가들, 정책권자에 필터링한 정보만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싱크탱크들이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무역전쟁에 대한 자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소식통들과 외교 관측통들을 인용해 중국의 전문가들이 중국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무역전쟁에 대해 '필터링한(여과된) 조언'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책당국으로부터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자문을 요청받은 중국의 전문가 대다수는 정책결정권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여과된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다.
또 몇몇 전문가들은 연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는 자문을 맡긴 정부 기관의 이해관계에 맞는 답변만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정책결정권자들이 무역 갈등에 대한 외국 기업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중국의 전문가들에게 정책자문을 의뢰했지만, 중국의 싱크탱크들은 외국 상공회의소와 중국 정부부처 사이의 소통채널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필터링'해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제공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책결정권자들은 외국인 기업가들이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고 소식통들은 지적했다.
중국에는 모두 500여 개의 싱크탱크가 등록돼 있으며, 이들 싱크탱크는 대부분 중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 새 싱크탱크들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을 늘렸다.
중국 재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對) 중국 공세가 강화되자 미국 연구를 강화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7월 싱크탱크 20곳과 연합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연합체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상무부, 재무부, 외교부,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와 명문 대학 싱크탱크들이 참여했다.
중국 런민(人民)대 리중상 교수는 "분파적이고, 고립적이고, 직접적인 보스에게만 서비스하는 것은 중국 싱크탱크들의 가장 만연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중심의 리궈창 연구원은 "몇몇 연구원들은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 그들은 현장 방문을 위해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실 연구 문제를 지적했다.
이밖에 중국 정부가 전문가들의 미국 방문을 제한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 전문가들도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왕후이야오(王輝耀) '중국과 세계화센터' 이사장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 정부의 비자제한 조치로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몇몇 연구자들은 중국 당국이 전문가들에게 단기 미국 방문만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단기 방문으로는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한 충분한 조사나 미국 측 인사들과의 질적인 접촉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일부 소식들은 중국 당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어떤 조처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가까운 장래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동안 중국은 아마도 기다리면서 관망하는 입장을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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