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죽음'… 5·18 순직경찰관 추념식

입력 2018-10-22 17:04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죽음'… 5·18 순직경찰관 추념식
80년 5월, 시위군중 버스에 치여 순직한 4명의 경찰관 추도


(무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네 분의 죽음을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는 억울한 희생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제73주년 경찰의 날인 22일 전남지방경찰청 앞뜰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군중을 태운 버스에 치여 순직한 경찰관들을 기리는 '5·18 순직경찰관 부조상 제막·추념식'이 열렸다.
시민들을 향한 발포 명령을 거부한 고 안병하 치안감(당시 전남도경찰국장) 흉상도 이들 경찰관의 부조상과 같은 곳에 자리 잡았다.
함평경찰서 소속 정충길 경사와 이세홍·박기웅·강정웅 경장은 1980년 5월 20일 광주 동구 노동청 청사 앞에서 전남도청 경찰저지선 임무를 수행하다가 시위군중을 태운 버스에 치여 숨졌다.
이들 경찰관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지 말라는 안 치안감 지시에 따라 시위대 버스 행렬과 대치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버스 운전사는 최루탄 가스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방향을 틀다가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1980년 당시 이들 경찰관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다가 뒤늦게 인정했으며 지난해에야 1계급 특진 추서를 했다.

최관호 전남지방경찰청장은 추도사에서 "영원히 아물지 않을 그 날의 아픔을 안고 살아오신 유가족들의 설움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늦었지만, 정기적으로 추모의 시간을 갖고 선배님들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정충길 경사의 아들 정원영(50)씨는 "수십 년째 누구도 내 잘못, 내 책임이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 역사와 죽음은 광주의 오월을 소요 사태로 만들어 계엄작전을 펼치고 민주화 열망을 꺾은 신군부와 그 수장인 전두환, 노태우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정씨는 "함께 쓰러지고 아파했던 5·18 단체도, 당시 버스를 운전했던 운전기사도 모두 만나 아픈 가슴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싶다"며 "더불어 5·18 당시 시민 보호 원칙을 지키다가 부당하게 징계받은 이준규 당시 목포경찰서장 등 억울한 다른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도 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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