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등교육재단 특강…"트럼프 '급하지 않다' 메시지, 중요한 전환"
대북특별대표 사임 배경 질문에 "트럼프-틸러슨 갈등 속 CIA가 국무부 일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조셉 윤 전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2일 "지금 북미 간 갈등과 긴장이 줄고 양측이 조금씩 양보면서 새로운 균형관계, 뉴노멀(New Normal)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윤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미국과 북한' 특별강연에서 "이런 상태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양측이 신뢰를 구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일시적 균형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의문"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계속되겠지만 내년에도 균형관계가 유지될지,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유지될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계별 조치를 각자가 취하면 여러 차원에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했듯 미국도 연락사무소를 평양에 개소하고, 북한도 워싱턴에 개소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이는) 선물을 주는 개념이 아니라 정치·외교적 대화를 원활하게 해줄 수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다"며 "문화적 교류도 더 늘어야 하고, 인도주의적 지원도 신뢰 구축을 위해 북한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윤 전 대표는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핵 문제 관련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거론하며 "중요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급하게 비핵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북한이 이것을 원했던 것 같다. 숨 쉴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조금 편안한 상황일 수 있는데 한국, 중국, 러시아에도 괜찮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의 구체적 대북 전략에 대해서는 '전쟁', '최대 압박', '북한 핵보유국 인정' 시나리오는 모두 현실성이 없다면서 "우리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외교적 협상으로 새로운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네바 합의나 6자회담 체제가 잘 안 된 것을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다시 해볼 의미가 있다"며 "4자, 6자, 양자 협의가 있을 수 있는데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단 미국 측은 관여하려는 충분한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완화의 조건에 대해서는 "한 번에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를 면제하거나 한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공식 입장은 완전한 비핵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일단 협상에 들어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앉으면 여러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대표는 지난 2월 갑작스럽게 대북정책특별대표 직에서 물러난 이유를 묻자 "두 사안 때문에 떠나야 한다 생각했다"면서 먼저 "틸러슨 장관이 상사였는데 장관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계속 갈등관계였다. 국무부는 입지가 약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또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무부가 해야 한다고 믿는 대북 관련 작업들이 다른 기관에서, CIA(중앙정보국)에서 이뤄지고 있었다"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hapy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