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조사 불가피할 듯…한국당, 박 시장에 "처신 고민해라" 압박
박원순 "2020년까지 공사 직원 1천29명 감축, 사실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조사 결과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야당 3당의 지적이 줄을 이은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관련해 숨길 일이 하나도 없고, 정말 잘못된 일이 있었다면 무엇이든 책임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처신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박 시장을 압박했다.
친인척조사 자체의 신뢰도 문제가 제기된 만큼 전수조사를 벌이는 일이 불가피해 보인다.
◇ "노조 집행부만 빼도 응답률 99.8% 미만"
서울교통공사 '가족채용' 의혹의 근거 자료가 되는 것은 올해 3월 16일부터 21일까지 엿새 동안 공사가 진행한 '가족 재직 현황' 조사다.
공사는 부부가 한 부서에 근무하는 일을 막는 등 인사에 참고하기 위해 이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한다.
조사에는 전 직원 1만7천84명 중 1만7천45명이 참여해 응답률이 99.8%였다고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직접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조사에서 사내에 친인척을 둔 직원 1천912명(11.2%)이 있으며, 올해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 1천285명 중 사내 친인척이 있는 경우는 108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는 개개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전체 139개 부서에 맡겨 서면 또는 이메일로 취합한 것이고 모두 137개 부서가 응답했다. 응답하지 않은 2개 부서 인원인 39명을 제외하고 응답률이 99.8%라는 답변을 반복한 것이다. 부서 단위 응답이 전 직원 응답으로 둔갑한 셈이다.
서울교통공사 내부에선 잇따라 '나는 설문조사에 응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응답률 99.8%가 나오느냐', '설문조사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는 직원들이 나왔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직원들 관심도가 높은 휴대전화 선호 기종 설문조사도 응답률이 50%에 불과하다는데 친인척 관계 조사 응답률 99.8%는 말이 안 된다"며 "본인 신상에 대해 회사가 말하라고 하니까 이실직고하는 사람이 어딨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가족 재직 현황 조사에 극렬히 반대했다는데, 노조 집행부 60∼70명만 빼도 응답률 99.8%가 안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의 끝은 결국 '알음알음으로 입사한 가족 특혜채용 규모가 기존에 밝혀진 것보다 더 큰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현직 1급 간부인 김모 처장의 아들은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왔다가 정규직 전환됐으나 가족 현황 조사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아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108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역시 "가족 재직 현황 설문조사는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가족이 있는지 여부를 등록한 것"이라며 사내 가족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 서울시 "큰 잘못 없는 것으로 판단"
설문조사의 신뢰성 관련 논란이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부터 계속해서 이어진 가운데 핵심은 실제로 임직원 가족들이 비교적 채용 절차가 간단한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온 뒤 쉽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내부 정보를 알고 '특혜채용'됐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정규직 전환 과정 자체에 잘못된 일이 없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 관련 숨길 일이 하나도 없고 정말 잘못된 일 있으면 무엇이든 책임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자체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진행돼가야 한다"며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이 누구였는지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진정 국민의 희망을 빼앗아 간 사람이 누군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구의역 김군 사망 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을 총괄한 윤준병 행정1부시장도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은) 공개 채용 절차를 대부분 거쳤고, 제한적으로 고용 승계된 경우 제한경쟁 과정에서 엄격한 검증을 거쳤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것 중 큰 잘못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부시장은 "비정규직 직고용 작업을 하며 혹시나 있을 수 있는 불합리한 채용 과정이 배제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며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108명 중 3급 이상 직원과 친인척 관계인 사람이 27명인데, 이들을 놓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지 검증해본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채용 비리는 용납되어서는 안 되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사내에 친인척이 있다는 것만으로 비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박 시장은 서울교통공사가 2020년까지 공채 선발인원을 1천29명 줄일 계획을 세워 청년 일자리가 날아갔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지하철 양 공사가 통합하면서 중복 업무를 일부 배제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얘기다. 명백한 오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의 답변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워지면서 국토위 국정감사에서도 서울시는 '특혜채용' 관련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