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가족 공격한 트럼프 지지 거부 '악연'…중간선거 앞두고 SOS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2일(현지시간) '정적'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상원의원 지원유세에 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난투극을 벌인 두 정치인이 처음으로 서로의 손을 맞잡는 생경한 풍경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어서다. 불과 2년 새 '아웃사이더' 정치인에서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해 명실상부한 '킹'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루즈 의원이 공식적으로 무릎을 꿇는 자리라는 것이다.
크루즈 의원은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잔칫상에 재를 뿌려 눈 밖에 났다.
그는 그해 7월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한 클리블랜드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자로 무대에 올랐으나, 끝내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다.
크루즈 의원은 오히려 "양심껏 투표하라"고 주장해 잔치 무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가 주문한 '양심 투표'는 트럼프 후보 지명에 막판까지 반대한 '반(反)트럼프' 진영의 구호였다.
크루즈 의원의 돌발 행동은 경선 과정에서 깊어진 원한에서 비롯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델 출신인 아내 멜라니아 여사와 크루즈 의원 부인 사진을 함께 트위터에 올려 두 사람의 외모를 비교하는가 하면, 크루즈 의원의 부친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등 크루즈 의원 가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크루즈 의원은 연설 후 트럼프 지지자들의 쏟아지는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내 아내와 아버지를 공격한 사람을 지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한판 대결을 앞두고 크루즈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가 절실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문 원고를 2시간 전에 미리 봤다. 대수롭지 않다(No big deal)"며 애써 태연한 척했으나, 실제로는 크루즈 의원의 '뒤끝'에 격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즈 의원은 그로부터 두 달 뒤 트럼프 후보가 예상 밖으로 선전하자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그에게 투표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 후보를 대통령으로 받아들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 못지않게 주목받은 경선 스타였던 크루즈 의원이 당시만 해도 2020년 대선에 재도전할 꿈을 품고 있었다는 게 미 언론의 설명이다.
그 후 '트럼프'라는 이름조차 입에 잘 올리지 않던 크루즈 의원이었으나, 올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턱밑까지 바짝 쫓기는 신세가 되자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다. 지난 8월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환영한다"며 급하게 SOS를 친 것이다.
CNN방송은 그의 행동에 대해 "직업을 잃거나 (복종을 상징하는) 반지에 키스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인답게' 반지에 키스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쯤 뒤 "10월에 크루즈를 위한 대형 집회를 열겠다. 텍사스에서 가장 큰 체육관을 선택하겠다"고 화답했으며, 이날 밤 미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홈경기장인 도요타 센터에서 지원유세를 한다.
CNN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는 크루즈 의원을 지원하겠지만, 그보다는 그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을 더 즐길 것"이라며 "과거 정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최후의 복수"라고 평가했다.
미 서던메소디스트 대학 대통령역사센터 제프리 엥겔 소장은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크루즈 의원 지원유세에 대해 "정치학의 원칙들이라는 것이 어떻게 다음 선거까지만 유효한지를 보여주는 놀라운 사례"라고 말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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