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영향은 없을 듯…"외국인이 물량 대신 차지"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국민연금이 공매도 세력의 종잣돈 창구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사온 주식대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체 공매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건수는 1만6천421건에 달했다. 이 기간 누적 주식대여 금액은 974조원으로 연평균 217조원 정도의 주식대여가 이뤄진 셈이다. 국민연금은 이를 통해 76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연금이 대여한 국내주식이 대여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0.68%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2000년부터 수익 창출을 위해 해오던 주식대여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 목소리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날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부 토론을 거쳐 지난 22일부터 국내에서 주식 신규 대여를 중지했다"며 "기존에 대여된 주식에 대해서는 차입기관과의 계약관계를 고려해서 연말까지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대여 거래가 공매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사서 되갚는 투자기법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멀쩡한 종목의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이용된다며 전면 폐지를 요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중단이 공매도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중단해도 외국인 투자자가 빈 공간을 대신 채울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에서 주식을 대여해온 투자자들이 계약 상대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30% 넘게 들고 있어 새로운 주식대여 공급처를 확보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결국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전체 공매도 물량이 줄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시장이 외국인에게 넘어가고 외국인이 수수료 수익도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ak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