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18편 묶은 책…육필원고와 사진 40점도 수록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미국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의 후기 단편소설 18편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출판사 현대문학은 피츠제럴드의 유고를 묶은 단편집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은 작가의 생애 마지막 10년의 이야기가 집약된 작품들이다.
작가는 생전에 컵 받침이나 레스토랑 메뉴판에 휘갈기듯 남긴 메모부터 육필원고와 평론가들의 서평 등을 모두 모아뒀는데, 이것이 작가의 모교인 프린스턴대학 기록 보관소에 '피츠제럴드 문서'로 보관돼 있다가 피츠제럴드 연구가인 앤 마거릿 대니얼에게 발견된다. 대니얼은 그 자료 속에서 피츠제럴드의 미발표 단편들을 찾아내 육필원고와 타이핑된 여러 사본 중에서 최종본이라고 확증된 작품 18편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이 번역돼(하창수 옮김) 이번에 출간됐다.

피츠제럴드는 1925년 '위대한 개츠비'로 큰 성공을 거두지만, 이후 미국 대공황과 함께 내리막길을 걷는다. 알코올 중독과 잦은 부부싸움, 아내 젤다의 신경쇠약과 입원 등으로 신산한 삶을 살게 된다. 적잖은 고통을 겪으며 성숙해진 그는 작품 집필에 몰두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쓰려 애썼다.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은 그 시기에 쓴 작품들로, 일시적인 인기나 문학적 유행과 타협하지 않은 그의 문학 세계를 보여준다.
편저자인 대니얼은 매 작품 앞에 해당 작품이 어떻게 쓰이게 됐는지 소개하는 글을 붙였다. 작가가 의미한 것과 관련 있는 장소, 특정한 사건, 상황, 인물과 작가와의 관계 등을 편집자 주석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수록작 '악몽',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침묵의 땅에 몰아친 폭풍'에는 아내가 입원한 요양소를 불안한 마음으로 오가던 시절의 상황과 인물이 반영돼 있다. 의사와 간호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작가 부부에게 끊임없이 이어진 질병을 자세히 묘사한다.
'사랑은 아프다'는 작가가 할리우드에서 다른 작가 작품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던 시절에 쓴 것이다. 영화화를 바라며 쓴 유일한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의미가 있다.

표제작인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는 그가 노스캐롤라이나 산지에서 보낸 슬픈 나날들이 그려져 있다.
'진주와 모피'는 작가의 딸 스코티와 꼭 같은 나이의 열정적이고 호기심 많은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엄지손가락의 장엄한 수난'과 '치과 진료'는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 완전히 다른 결말로 완성한 작품이다. 그의 가족에 얽힌 남북전쟁 이야기로, 당시 잡지사들이 "피츠제럴드에게까지 그런 작품을 기대하진 않는다"며 싣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피츠제럴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사진 40점도 수록됐다. 아내 젤다, 에이전트인 해럴드 오버,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 등과 주고받은 편지도 함께 실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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