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회복 신호탄" 업계 기대감…전세기 취항 금지 등 풀려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지난해 3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 이후 발길이 뜸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遊客·유커)이 돌아왔다.
23일 오후 4시께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에는 대형 관광버스 20여대가 줄지어 도착했다.
중국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인 '한야(ANYA·韓雅) 화장품'의 임직원 820여명이 쇼핑을 위해 신라면세점을 찾은 것이다.
신라면세점은 오랜만의 중국인 단체관광객으로 들썩이는 분위기였다.
현장에서 만난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후 중국에서 기업 단위 인센티브 투어 관광객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동남아 단체관광객도 있었지만, 관광버스 20여대가 줄지어 올 정도의 대규모 단체관광객은 정말 오랜만이다"라고 말했다.
2008년 설립된 한야 화장품은 중국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펴서 3년 만에 연 매출 3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급성장한 회사다.
이번 단체 여행은 직원들에 대한 포상 휴가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쇼핑 중이던 한야 화장품 직원 카오차이윈(高彩云·33) 씨는 "회사에서 식비, 숙박비 등 일체의 여행비용을 모두 지불했다"며 "한국 방문 기간에 명동에서 쇼핑도 하고 회사 차원의 세미나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쥐엔쥐엔(姸姸·33) 씨는 "면세점 쇼핑을 통해 가방과 시계를 샀다"며 "한국은 두 번째 방문인데 한국 여성들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야 화장품 임직원은 이날 신세계·에스엠 면세점도 방문했다.
다만, 롯데면세점에는 방문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롯데 계열사 이용은 여전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입국한 한야 화장품 직원들은 닷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24일 중국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방한 기간 서울 명동, 동대문, 강남 일대를 돌며 국내 화장품 시장을 견학하고 한·중 화장품 세미나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이처럼 대규모로 온 것은 지난해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서 한국행 단체관광을 제한했고 그 영향으로 국내 유통·관광업계는 타격을 받았다.
그런데도 중국인 보따리상들의 '싹쓸이 쇼핑'에 힘입어 올해 1∼9월 면세점 매출은 129억1천736만 달러(약 14조5천643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면세점 업계는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본격적으로 허용하면 실적이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면세점 매출은 보따리상의 대량 구매에 의존한 구조여서 유커 유입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며 "이번 단체 방문은 중국 정부가 그동안 제한했던 한국관광을 본격적으로 풀어주려는 신호로 볼 수 있어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은 현재 베이징(北京) 등 중국의 6개 성·직할시에서만 한국 단체관광객을 다시 허용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 지역 역시 전세기 취항 금지, 여행상품의 온라인 마케팅 금지 등의 제약 조건이 붙어 있어 중국 단체관광이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이후 중국의 인센티브 투어가 모두 취소됐었기 때문에 이번 방문은 상당한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렇지만 전세기 취항 제한 등의 조치가 풀려야 본격적으로 유커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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