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의원 "미-중 패권 경쟁 상황서 러 전략적 의미 커져"
이정현 의원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러 중재 역할 중요"
우윤근 대사 "외교부에 러·중앙아 담당 유라시아국 신설해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23일(현지시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러 외교정책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인영 의원은 "미-중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동북아 지역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의미는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주러 대사관이 이 점에 주목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원은 "미국이 중국과 패권 다툼을 하면서 러시아와도 불편한 관계를 오래 가져갈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미-러 갈등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북-미 간에 북핵 해법이 도출되기 시작하면 대북 제재가 완화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러시아를 통한 한국의 경제적 확장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무소속의 이정현 의원도 "독일 통일에서 러시아(옛 소련)가 결정적 역할을 했듯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도 러시아의 중재 역할이 클 수 있다"면서 북핵 해결 과정에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입장이 아주 중요한데 어떻게 러시아를 설득할지를 물었다.
이 의원은 또 "우리 외교부 유럽국이 57개 나라를 관장하면서 거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중앙아 국가 등 옛 소련 국가들도 포함시키고 있다"면서 "러시아를 다른 많은 유럽국가 가운데 한 나라로 다룰 수 있다고 보는가"라고 물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정진석 의원은 "한-러 수교 후 30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 주러 한국대사관의 대사 관저 매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관저 임대를 위해 매월 3만 달러(약 3천400만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면서 오랜 기간 관저 국유화(매입)가 안 되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답변에 나선 우윤근 주러 대사는 "한국의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하며 부정적인 인식들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 심지어 우리 외교부가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 대사는 "우리 외교부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직원은 40명이 넘고, 중국을 상대하는 직원이 20명 이상이며, 일본을 상대하는 직원도 16명이나 되지만 미국의 1.8배, 한반도의 78배 크기인 대국 러시아를 상대하는 직원은 단 4명"이라면서 "이는 한국의 미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외교정책"이라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우 대사는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우리가 북방, 대륙으로 가는 길이 곧 열리는 데 4명 갖고 무엇을 하라는 말인가"라면서 유럽국과 분리된 별도의 유라시아국(러시아·중앙아시아 담당국) 신설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 대사는 그러면서 외교부에도 유라시아국 신설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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