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대폭 확장 伊 예산안, '국가채무 건전관리' EU 원칙 위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퇴짜를 놨다.
EU 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거부하고, 3주 안으로 수정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EU의 이 같은 조치는 이미 널리 예상돼 온 것이다. EU는 내년 예산의 재정적자규모를 전임 정부의 계획보다 3배가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한 이탈리아 예산안은 국가채무의 건전한 관리를 규정한 EU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EU는 GDP의 130%가 넘는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이탈리아가 부채를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재정확장 정책을 쓸 경우 그리스식 채무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U는 또한 이탈리아 정부의 예산안이 근거 없이 너무 낙관적인 경제 성장 전망을 담고 있다고도 지적해 왔다.
한편,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내년 예산안을 거부한 EU의 발표에 앞서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예산안과 관련한)'플랜 B'가 존재하지 않는다. GDP의 2.4%의 재정적자는 우리가 설정한 최소 한도"라고 말해 EU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예산안을 수정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해 귀추가 주목된다.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하는 노름꾼이 아니다"라며 "경제 성장이야말로 '빚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최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빈곤층에 월 780유로(약 100만원)의 기본소득 제공, 감세, 연금수령 연령 하향 등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값비싼 선거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 확장 예산안을 제출한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소비와 투자 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콘테 총리는 아울러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끄는 정부가 이탈리아의 EU와 유로존 탈퇴를 결코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다시 한 번 역설했다.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로 난민정책 등을 비롯해 EU와 대립각을 세우는 데 있어 선봉에 선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 역시 이날 "예산안을 수정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이탈리아 의회"라고 밝혀, EU의 예산안 수정 요구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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