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호흡' 모드에 고민하는 北…조기정상회담 승부수 던질까

입력 2018-10-24 11:28   수정 2018-10-24 15:43

美 '긴호흡' 모드에 고민하는 北…조기정상회담 승부수 던질까
北, 북미 실무·고위급 회담 美 제안에도 뜸 들이는 배경 주목
중장기전 갈지, '진전된' 비핵화 조치로 돌파구 만들지 촉각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미협상에서 미국이 '호흡 조절'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한의 고민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내년 1월 1일 이후로 미국의 '시간표'가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9월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외교 등을 통해 2차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공을 들여온 북한이 어떤 카드를 낼지 주목된다.
미국이 제안한 북미 실무·고위급 회담에 북한이 선뜻 답을 주지 않고 있는 데서도 고민이 묻어나 보인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미국 워싱턴 현지에서 북한이 구체적 답을 주지 않고 있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달 말 전후'를 시야에 두고 언급했던 북미 간 고위급 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작금의 상황을 전했다.
지난 7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양측이 조기에 개최키로 합의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상이 언제 열릴지도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북한의 고민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미국에 맞서 느긋하게 대응하는 중장기전 모드로 나갈 것인지, 보다 구체적이고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약속·이행함으로써 2차 북미정상회담 조기 성사를 모색할지 등으로 모인다.
북한과 미국 등 정부 소스와 외신보도를 종합해볼 때 그동안 2차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여온 북한이 사전절차 격인 실무·고위급 회담에 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은, 현 상황에서 미국으로부터 원할 바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사찰,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카드로 내놓은 북한이 제재 완화와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상응조치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간선거를 앞둔 미 행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실제 미 하원 435석 전체와 상원의원 100석중 35석, 주지사 50명중 36명을 새로 선출할 중간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차후 입지를 결정할 수도 있어 선거 이전에 미 행정부가 유화적인 대북제스처를 취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거듭됐던 작년과 비교하면 북한 발(發) 위협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서둘러 정상회담을 하기보다는 제재를 유지하며 내실 있는 협상을 하겠다는 기조가 역력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문제가 잘 관리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홍보하면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파기를 새로운 외교·안보 쟁점화해 러시아와 중국을 압박하는 등 '강인한 리더'로서 면모를 부각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올해 1월 1일 신년사를 시작으로 숨 가쁘게 '김정은식 세계화' 행보를 해온 북한으로선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기류가 썩 달가울 리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연말에 대형 외교 이벤트를 집중시킨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온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러시아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등의 일정 수행이 꼬일 수 있어서다.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이런 외교 일정을 수행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북미협상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24일 "북한은 '비핵화를 결심한 이상 대미협상에서 지체할 것이 없다'는 입장인 듯한데 오히려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서는 '우선 급한 불은 껐다'며 느긋한 생각을 하는 듯한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외교가에선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위해 비핵화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미국에 제시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이 결단한다면 그 계기는 미국이 제안해 놓은 폼페이오 장관과의 북미고위급 회담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북한이 북미고위급 회담에 응할 경우 폼페이오의 카운터파트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을 보내는 방안이 무난한 카드로 거론되지만, 김 위원장의 속내와 미국 측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보내는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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