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수렁'에 빠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의 운명은

입력 2018-10-24 11:02   수정 2018-10-24 11:08

'카슈끄지 수렁'에 빠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의 운명은
미국의 지지 여부가 관건, 왕가 내부 쿠데타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파문이 확대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갈수록 곤경에 몰리고 있다.
사우디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카슈끄지 피살에 대한 사우디의 태도를 최악의 은폐 가운데 하나로 규탄하는 등 사우디에 대한 제재에 착수해 향후 미-사우디 관계 진전이 주목된다.
그동안 무함마드 왕세자와 사우디에 대해 극도의 우호감을 나타내온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무함마드 체제를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다가온 중간선거를 의식해 일시적으로 여론 무마에 나선 것인지는 불분명하나 사우디안보에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미국의 지지가 약화할 경우 사우디 정국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 여기에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략적으로' 하나씩 공개하고 있는 터키의 폭로 내용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슈끄지 사건의 향후 관건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진퇴 여부이다. 과연 엄청난 국제적 비난 속에 그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이다.
또 만약 그가 권좌 유지에 실패한다면 그 방식도 부친인 살만 국왕에 의해 왕세자 직을 박탈당할지, 아니면 국내 반대파 봉기로 과격하게 축출될지도 의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전문가이자 WSJ 발행인을 지낸 캐런 엘리엇 하우스의 논평기사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를 과거 로마 시대 광포한 황제 칼리굴라에 비유하면서 25세에 황제에 오른 칼리굴라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29세에 반대파의 쿠데타로 축출된 사실을 거론했다.
WSJ은 무함마드 왕세자를 칼리귤라에 비교하는 것은 다소 과할 수 있으나 젊은 나이에 권력을 장악한 것과 그 권력을 과도하게 휘두른 과정 등을 고려하면 전혀 부정확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연로한 부친 대신 국정을 장악하면서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과격한 노선을 추구한 끝에 결국 카슈끄지 사건이라는 최대 악재를 만들어냈다.
무함마드 왕세자 측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일부 측근들에 돌리려 하고 있으나 만약 측근들에 처형 등 과도한 처벌이 가해질 경우 로마 시대 칼리굴라 축출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WSJ은 비유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직면한 최대 위험은 미국과의 관계이다. 미국과의 기존 관계를 손상하지 않고 자신의 권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곧 살만 국왕이 아들인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키면서 미국과 우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카슈끄지 사건을 통해 결과적으로 자신의 최대 적인 미국 의회와 지역의 라이벌 터키에 자신의 운명을 내맡긴 셈이 됐다는 지적이다.
미 의회는 그동안 무함마드 왕세자의 사우디에 우호적인 적이 없었다. 의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 지도부를 규탄하는 초당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를 더욱 압박해 무기 판매 중단 등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설정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전모를 공개하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공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쟁자인 사우디를 몰아내고 중동지역 이슬람권 맹주로 올라서려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WSJ은 미 의회와 터키라는 외부 요인 외에 사우디 왕가 내의 반 무함마드 봉기 가능성을 무함마드 왕세자가 직면한 또 다른 위험으로 지목했다.
그동안 무함마드 왕세자의 위세에 눌려 '굴욕'을 감수해온 알-사우드 왕가 내 반대 세력들이 다시 결집할 수 있다. WSJ은 이 과정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폭로하는 자세한 사건 전말이 미 의회의 행정부 압박과 사우디 왕가의 내분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30년간 재직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브루스 리델 연구원은 WSJ에 "부왕이 그(왕세자)를 지지하고 있다면 한편에선 그를 축출하려는 계획이 진행 중인 것으로 믿는다"고 분석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건 전에도 이미 그의 신변 위험을 감지해왔으며 왕궁보다 안전한 홍해의 요트에서 밤을 보내왔다고 WSJ은 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만약 이번 사건의 여파로 권좌에서 밀려날 경우 그동안 그가 사우디 경제와 사회의 대변혁을 주도해온 만큼 엄청난 후유증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덧붙였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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