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희 감독 "IMF 일주일전,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 이야기"

입력 2018-10-24 13:39   수정 2018-10-2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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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국희 감독 "IMF 일주일전,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 이야기"
1997년 IMF 위기 다룬 영화 '국가 부도의 날'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1997년은 우리 현대사에서 큰 변곡점이 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IMF(국제통화기금) 협상은 지금까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죠. 당시 긴박한 시대를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정치사는 1987년 개헌 전후로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로 나뉜다. 경제사의 관점에서 '87년 개헌'에 버금가는 일대 사건이 '1997년 외환위기'다.
한국 경제를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으로 밀어 넣은 외환위기를 다룬 최초의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다음 달 28일 관객과 만난다.
24일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최국희 감독은 "누군가는 위기를 막으려고 했고, 누군가는 위기에 배팅했고, 누군가는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고 뛰어다녔다"며 "1997년을 격정적으로 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협상 당시 비공개로 운영한 대책팀이 있었다는 기사에서 출발했다. 한 줄 기사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국가부도 일주일 전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캐릭터들을 창조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은 가장 먼저 위기를 예측하는 인물이다. 비공개 대책팀에 투입돼 현 상황을 국민한테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윗선의 반대에 부딪힌다. IMF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조우진은 '한시현'과 대척점에 선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았다. 외환위기 해결을 위해 IMF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위기를 발판으로 한국 경제의 새 판을 짜려 한다.
이들과 상대하는 IMF 총재 역에는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이 캐스팅됐다. 외환위기 당시 IMF 총재 미셸 캉드쉬가 프랑스 국적인 점을 고려했다.
위기에 배팅하는 인물도 있다. 잘나가는 금융맨 '윤정학'은 외국 투자자의 철수 조짐, 실물경제의 심상치 않은 징후를 포착하고 국가부도에 '올인'한다. 그는 위기가 인생을 바꿀 기회임을 직감하지만, 대한민국 현실에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갑수'(허준호 분)는 당시 무방비 상태로 위기에 노출된 서민을 대변한다. 납품처 부도로 어음이 휴짓조각이 되자 갑수는 파산만은 막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제작보고회 현장 / 연합뉴스
김 감독은 "가상 인물 이야기를 다루지만 실제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당시 사회상과 협상까지 가는 과정에 대해 팩트체크를 열심히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경제용어가 많이 나오는 만큼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본 독회를 수차례 했다고 한다.
김혜수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었다. 분명 상상력이 가미된 시나리오임에도 흥분해서 검색하면서 시나리오를 봤다"며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판단하기 전에 이 영화는 반드시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혜수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은 조우진과의 호흡에 대해 "조우진 씨에게서 불꽃을 봤다"며 "좋은 배우와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조우진 씨 덕에 큰 에너지를 얻었고 '한시현'이라는 캐릭터도 힘을 얻었다. 이상적인 시너지를 발휘한 순간이었다"고 평했다.



이에 조우진은 "시나리오를 받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 흥분이 현장까지 이어진 듯하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관객께도 전해져서 영화를 잘 보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유아인은 "이전 작업에서는 느낌이나 직관에 많이 의지했는데 배우로서 가져야 하는 성실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채찍질한 작업이었다"며 "돈의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공감대를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허준호는 "개인적으로 그 당시 깜깜한 상황에 대해 조금 경험이 있었다"며 "이 영화가 그 깜깜함을 이겨내고 우리가 더 좋아질 수 있는 모티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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