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A특성화고 3학년 취업률, 작년의 4분의 1 토막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직업계 고교생의 현장실습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한 제도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의 취업을 막는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조기취업을 못 해 알바(아르바이트)하는 학생도 생겨나 안타깝습니다."
경기 수원시의 A특성화고는 올해 학생들의 취업률 때문에 속이 무척 상한다.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 여럿이 이미 몇몇 기업체에 취직해 있던 작년 이맘때와 달리 올해는 취업 못 한 학생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 학교 3학년 학생 252명의 올해 취업률(10월 15일 기준)은 11.4%로 10%를 겨우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취업률 44.8%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1년 만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특성화고 측은 경기불황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교육부가 올해부터 특성화고의 근로중심 현장학습을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개편하면서 벌어진 부작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는 실업계 고교생들의 현장실습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자 지난해 12월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올해부터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9일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 이민호군이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도중 적재기 프레스에 짓눌려 크게 다친 뒤 열흘 만에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교육부는 근로중심이 아니라 정해진 현장실습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실습지도와 안전관리 등을 하는 학습중심 현장실습만 3개월 이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실업고 학생의 안전과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한 이 제도가 올해 시행되면서 일선 특성화고에서는 취업률 저하라는 부작용 발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중소기업이 실습 학생을 바로 채용해 생산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직무능력등급에 맞춰 전공별로 1주에서 최장 12주 동안 학생들을 교육한 뒤 채용하도록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 학습중심 현장학습 기업으로 인정한 선도기업은 3학년 수업일수 3분의 2 이상 출석 시점(10월 중순 이후)부터, 일반 기업은 다음 해 1월 동계방학 시작일부터 학생을 뽑도록 채용시기가 정해지면서 수시채용을 원하는 기업들이 특성화고 학생 채용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 A특성화고 김모 부장교사는 "기업들이 실업계 학생 채용 절차가 복잡해지고 채용 시기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니까 아예 내년 초에 일반인을 뽑으려고 한다"면서 "졸업 전에 조기취업을 하던 3학년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취업이 보장이 안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실습을 하며 최저임금을 받아온 학생들이 개편안에 따라 월 20만원의 현장실습비밖에 못 받게 되면서 현장실습 대신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사례로 늘고 있다고 A특성화고가 전했다.
수원지역의 또다른 특성화고는 조기취업이 안되는 현실을 고려해 아예 내년 초에 졸업생을 취업시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수원지역 8개 특성화고 교장은 지난 19일 수원시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특성화고 취업난을 가중하는 새로운 현장실습 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앞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인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9월 11일 열린 제7차 일자리위원회에서 "새로운 현장실습 개편안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에서는 오히려 학생의 취업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하면서 "학교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보완해 연차적으로 시행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염 시장은 월 20만원인 현장실습수당 인상, 가정형편이 어려워 현장실습 통해 취업하는 학생에 대한 장려금(연 200만원) 대상자 확대 등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기업이 실업계 학생을 채용하지 않는 것이 새로운 제도 개편안 때문만은 아니고 여러 가지 외부적인 경제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취업률에 영향을 준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으며, 관련 부처와 협의해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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