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연내 정규직 전환' 속도전이 부른 뒤탈

입력 2018-10-24 15:41   수정 2018-10-24 16:30

서울교통공사 '연내 정규직 전환' 속도전이 부른 뒤탈
勞-勞 갈등 속 새해 하루 앞두고 노사협상 타결…"사회적 공감대 형성 노력 부족"
서울시설공단·세종문화회관 등은 아직 노사합의 안 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친인척 고용 특혜 논란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무기계약직 전원의 정규직 전환 협상 타결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12월 31일 밤 10시 30분. 새해를 1시간 30분 앞두고서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7년 '연내' 산하 기관 무기계약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터였다.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한 지난해 7월 이후 서울교통공사에선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4년 차 이하 공채 정규직 직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합리적 차이 없는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고 시위하면 다음 날엔 무기계약직들이 '하위직급 신설, 승진 보류를 통한 차별적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고 집회했다.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기에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했다. 그러나 공사의 정규직 전환 협상은 박 시장이 당초 밝힌 대로 '연내'에 성사됐고, 올해 3월 전환이 완료됐다.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특혜채용 의혹이 올해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 떠오른 가운데 이 문제가 제기된 근원에는 서울시의 '정규직 전환 속도전'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다음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이 많은 서울시설공단(정규직 전환 발표 당시 450명)과 서울의료원, 세종문화회관에선 아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협의도 끝나지 않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노사협의를 마친 것은 서울교통공사보다 6개월 이상 늦은 올해 6월이며, 실제 정규직 전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정규직 전환 방침을 발표하며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 방안이나 전환 내용 등을 모두 노사협의 사항으로 맡겨뒀다. 처우는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무기계약직이 대거 정규직화하면 임금·정원 등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기존 정규직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층 일부는 자신들이 전공과목·영어시험 등 5개 절차를 거쳐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반면, 무기계약직은 면접 등 3개 절차만 거쳐 채용됐는데도 똑같이 정규직이 되는 게 공정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직원들은 그들대로 기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승진 차별을 받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들은 집회를 열어 "차별에 시달려온 업무직들에 또다시 차별을 감수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며 "박원순 시장이 책임지고 정규직 전환을 위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거진 '노(勞)-노(勞)' 갈등은 정규직 전환 자격이 되지 않는 직원이 소위 친인척의 '빽'으로 채용됐다는 의혹과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 속에 골은 점차 깊어졌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공감대 형성 노력이 부족했던 것을 문제점으로 꼽는다.
김 실장은 24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현황 진단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서울시는 비정규직 제도의 폐지가 왜 중요한지, 비정규직의 전환이 어떤 의미인지, 나아가 이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등을 설명하고 기존 직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무기계약직의 정규직화가 결코 취업준비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과 정규직 전환이 사회적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고용세습 논란이 불거진 것을 단지 자유한국당의 정치공세라고 볼 수 없다"며 "전환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은 점도 정규직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미흡해 투명성·공정성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길남 정의당 서울시당 노동국장 역시 "정규직화 대상을 선정할 때 서울시가 보다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고 산하 기관에서 정규직화 대상 인원을 보고하는 형태는 여러 사업장의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문제점을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노동국장은 "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보였던 서울시의 모습은 정책만 발표하고 문제점이 생기면 책임을 노사에 지우는 것이었다"며 "서울시가 추진한 정책에 따른 내부 갈등이 발생할 때는 갈등 요소에 대해 직접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다수를 점하는 노조와 노사협의를 통해 합의했고, 그 결과에 따라 전환이 결정됐다"며 "(전환에 반대하는 직원 의견을) 적절히 수용해야 했는데 미흡했다는 점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개최한 '서울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현황 진단과 과제' 토론회 제목은 '절반의 가능성인가, 한계인가'였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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